SK하이닉스 '솔리다임 살리기' 나섰지만…산적한 과제 넘을까

SK하닉, 올해 수익성 중심 전략 추진

솔리다임과의 시너지로 경쟁 기업과 격차 벌려야

실적 부진 내부 우려 여전…신뢰 회복 시급

[서울=뉴시스]솔리다임의 랜초 코르도바 글로벌 본사. (사진=솔리다임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SK하이닉스가 장기간 적자를 이어온 자회사 '솔리다임'을 살리기 위해 수익 중심으로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 현지공장 장비 반입 문제와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로 크고 작은 난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의 실적 개선을 위해 고용량 스토리지 제품과 SK하이닉스의 낸드·시스템온칩(SoC) 기반 제품 개발을 결합해 시너지를 높인다. 수익성이 높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포석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확대로 솔리다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SSD는 낸드 기반의 보조 저장장치로 솔리다임은 일반 SSD보다 수익성 높은 eSSD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까지 솔리다임에 8조원이 넘는 자금을 빌려줬지만 낸드 업황 악화로 솔리다임은 최근 2년간 7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였다.

그러나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근 eSSD 구매 증가로 올해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면서 솔리다임도 올해 적자 행진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솔리다임이 안정적인 수익 창출 궤도에 오르려면 대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만만치 않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기술 제재를 강화하면서 솔리다임의 중국 다롄공장 또한 중장기적으로 첨단 장비 반입이 제한을 받을 우려가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으로부터 '검증된 최종사용자(VEU)'로 인정받아 당장 장비 반입에는 제약이 없다. 하지만 이 조치가 일시적인 데다 올해 말 미국 대선 결과와 자국중심주의 정책 기조에 따라 제재가 다시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에서 안정적인 점유율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고 있다. 최근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C)과 일본의 키오시아의 합병이 본격 추진되며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합병이 성사될 경우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2위에서 3위로 낮아진다.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21.6%이며, WDC는 14.5%, 키오시아는 12.6%다. 5위 마이크론 점유율(9.9%)도 낮지 않은 만큼 솔리다임과 시너지를 통해 경쟁 기업들과 격차를 벌려야 한다.

[라스베이거스=뉴시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SK하이닉스 AI 미디어 컨퍼런스’ 행사장에서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그룹) 2024.01.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에 대한 내부 신뢰 회복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지난해 8월 솔리다임이 포함된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스'에 10억 달러의 자금 대여 안건에 대해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

2주 후 안건이 다시 표결돼 대여가 승인됐지만, 2명의 사외이사는 결국 반대표를 던졌다. 자칫 솔리다임에 대한 자금 대여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통상 기업 이사회에서 처리 안건에 대한 반대표가 쉽게 나오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는 솔리다임의 실적 부진에 대해 그만큼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 감사보고서에서도 "지속적 실적 부진 등을 고려해 손상 징후가 있다"며 핵심 감사사항 3가지 중 하나로 솔리다임의 자금 대여를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아지고 있지만 그동안 솔리다임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아 대내외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