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망' 이란, 애도 기간에 불꽃놀이?…주민들 엇갈린 반응
"수백 명 사망에 책임…사망한 이들에 대한 정의 실현"
타브리즈서 장례 일정 시작…애도 인파 수천 명 운집
[테헤란=AP/뉴시스]20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추모 행사에 참석해 그의 포스터를 들고 있는 모습. 2024.05.21.
헬기 추락으로 대통령을 잃은 이란 22세 여성이 20일(현지시각) 가디언에 전한 말이다.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망 이후 이란이 5일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지만, 현지 분위기는 엇갈린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디언은 이날 이란 내 활동가들을 인용, "라이시 대통령 사망을 애도하는 분위기는 거의 없다"라며 "이란인들은 40년 정치 인생 동안 수백 명의 사망에 책임이 있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를 거부했다"라고 전했다.
향년 63세로 사망한 라이시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전까지 이란 사법부 수장 등 고위직을 역임했다. 강경 이슬람주의자로, 취임 이후 히잡 착용 등 이슬람 풍속을 단속하는 도덕 경찰 활동을 강화했다.
도덕 경찰은 이후 2022년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망 및 그로 인한 히잡 시위가 격렬해지자 한동안 단속을 줄였지만, 이듬해 다시 단속을 강화하며 활동가들과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가디언이 인터뷰한 22세 이란 여성은 "라이시의 죽음은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억압을 거의 바꾸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을) 내 친구들의 죽음에 대한 정의의 실현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히잡 시위 과정에서 십 대 자녀를 잃은 한 이란인은 "라이시는 절대 평화 속에 안식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는 내 형제와 내 조국의 자녀를 죽였다. 수많은 아이들을 죽이라고 명령한 살인자"라고 했다.
히잡 시위 기간 정부군 총격으로 사망한 62세 이란 여성 미누 마지디의 자녀들은 "우리는 행복하다"라며 "사람의 죽음을 두고 행복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와 함께 라이시 대통령 죽음이 공식 확인되기 몇 시간 전부터 텔레그램 등에는 축하 불꽃놀이 영상이 퍼졌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하고, 음악을 듣고 춤을 췄다"라고 설명했다.
BBC 역시 라이시의 사망을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있다며 "이곳의 분위기는 매우 즐겁다. 정권은 애도 기간 대신 통금 기간을 발표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라는 X(구 트위터) 게시글을 전하기도 했다.
물론 애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보도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 사망이 공식화한 이후 테헤란 광장에는 그를 추모하는 기도와 집회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이들은 SNS에서 축하하는 이들을 규탄하기도 했다.
현지 성직자인 모하마드 모하메디 타바르는 자신 X에 이란 정부가 "경솔한 사람들에게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썼다. 아울러 타브리즈에서 시작된 장례 일정에는 수천 명의 애도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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