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사장이 실시간 CCTV 보며 지적…갑질 아닌가요?"[직장인 완생]

등록 2024.06.01 10:00:00수정 2024.06.01 10:06:3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CTV 있는지도 몰랐는데 일하는 모습·옷차림 등 언급

불특정 다수 출입하는 공간에는 동의없이 설치 가능

근로자 감시 목적 등 사용은 안돼…직장 내 갑질 해당

30인 이상 사업장은 설치시 노사협의회 동의 받아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 지난해 계약 만료로 회사를 나온 A(29)씨는 현재 구직준비를 하면서 카페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매장이 크지 않은 데다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재밌게 일하고 있었지만 최근 사장으로부터 받은 메시지 때문에 일을 그만둘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어느 날 출근 후 사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출근보고를 했더니, 갑자기 '머리핀이 잘 어울린다'는 답장이 온 것. 매장에도 없는 사장이 어떻게 자신의 현재 모습을 아는가보니, 카운터 위에는 작은 폐쇄회로(CC)TV가 달려있었다. 평소 CCTV가 있는 줄도 몰랐던 A씨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고, 달갑지 않은 티를 내자 사장은 '일이 처음이니까 도와줄 부분이 있을 때를 대비해 달아놓은 것이다', '평소에는 잘 보지 않는다' 등의 말로 둘러댔다. A씨는 "나도 모르게 감시를 당한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며 "말이 좋아 '대비'지 사생활 침해 아니냐. 나도 모르게 내 영상이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데 너무 불안하다"고 전했다.

언제 어디서나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는 CCTV. 그만큼 치안에 기여하지만, 반대로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단점도 있다.

직장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가 운영하던 보듬컴퍼니 전 직원들이 강 훈련사가 사업장 내 CCTV로 직원들을 감시했다는 주장이 나와 네티즌 사이에서 CCTV 사업장 설치의 정당성에 대한 찬반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업장에 CCTV를 설치하는 것는 불법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설치 자체가 항상 불법은 아니지만, 사장이라고 해서 함부로 CCTV를 설치하고 아무 때나 열람하면 개인정보 침해는 물론, '직장 내 갑질'이 될 수도 있다.

우선 CCTV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라 노사협의회 등의 협의 사항이다. 만일 상시근로자 수 30인 이상의 사업장이라면, 의무적으로 노사협의회를 운영해야 하고 CCTV 설치 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단, 불특정 다수가 출입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 설치하는 CCTV는 동의 없이 설치할 수도 있다. 지난해 고용부가 발간한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서는 "고객 상담실이나 출입안내실 등 불특정 다수가 출입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는 시설안전 등 목적으로 동의 없이 CCTV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만일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 근로자들이 일하는 곳이라면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라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공중위생 등 공공의 안전과 안녕을 위하여 긴급히 필요한 경우'라는 점이 명확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근로자의 근태를 '감시'하는 등 설치 목적에 반해서 CCTV를 이용할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판단이다.

지난해 대법원은 한 노조 간부가 공장 내 CCTV에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로 판단했다. 해당 CCTV 설치에 근로자 동의를 받지 않은 점, 개인정보보호법상 예외에 허용되지 않는 점, 근로자 동의 없이 근로행위나 출퇴근 장면 등 개인정보가 위법하게 수집 당하는 상황이었던 점에서 비닐봉지를 씌운 게 정당하게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19년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에 해당할 수 있다. 고용부는 2021년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서 CCTV를 통한 감시를 직장 내 괴롭힘의 한 사례로 명시했다. 또 '일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을 감시하는 행위' 역시 직장 내 괴롭힘의 업무적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시 A씨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사장이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A씨의 모습을 보거나 A씨의 옷차림을 언급하는 것은 목적에 반하는 CCTV 설치·운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업무상 필요하지 않은 감시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다만 만일 해당 카페가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담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A씨가 해당 조항으로 구제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CCTV를 설치·운영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