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잭팟'에도 일관성 있는 무탄소 정책 필요하다[기자수첩]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동해 영일만 일대에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리나라도 자원 부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동해 심해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에게 직접 이 사실을 알렸다.
언급된 동해 석유·가스전의 가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452조원이다. 계산하면 동해 석유·가스전의 가치는 2260조원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의 규모가 1조6000억 달러(2180조원)다. 이를 단숨에 뛰어넘는 규모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석유 수익을 재원으로 운영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오르는 대로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지구 반대편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 해 우리나라가 석유·가스를 들여오는데 지불하는 비용만 1400억 달러가량이다. 비싸게 수입한 에너지 가격은 기름값·전기요금 등 국민들의 생활 물가를 자극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는 우리나라를 명실상부 산유국 반열에 올리는 것은 물론, 에너지 안보를 공고히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선택지도 다양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저렴한 LNG는 낮은 전기 발전 비용으로 이어진다.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소에서 사들이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은 현재 LNG 가격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대규모 석유·가스 시추에 성공하면 자연히 LNG 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유혹이 생길 것이다.
원전·신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에너지 확대는 부정할 수 없는 글로벌적인 추세다. 세계 1위 산유국인 미국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에너지 생산국도 '탄소중립'을 선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탄소중립을 약속하며,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인 40% 감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 정책에 따라 에너지 정책도 발을 맞추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는 최근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통해 2038년까지 필요한 발전량의 70%를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로만 채우겠다고 발표했다. 전기본을 마련할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노후 석탄화력의 LNG 전환은 더 이상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영일만 앞바다에 매장됐다는 확신은 없다. 매장량이 확인된 뒤에도 경제성 등은 따져볼 문제다. 따라서 불확실성이 클수록 석유 시추 프로젝트의 성패와 관계없이 흔들림 없는 에너지 정책이 요구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가스 140억 배럴 '잭팟'이 터진다고 한들 글로벌 흐름을 역행 할 수는 없다. 정부가 약속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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