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 지원 없이 흥행한 서울국제도서전 내막은 달랐다
조수원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2024서울국제도서전'이 정부 지원 없이 치러졌다.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행사는 우려와 달리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행사를 주관한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해보다 2만 명이 증가한 약 15만 명이 관람했다고 밝혀 표면적으로 큰 문제가 없음을 보였다.
출협이 "회원들이 준 기부금과 회비와 참가사들이 낸 돈으로 치러지는 행사"라고 말한 것처럼 이번 행사는 문체부 지원이 10원도 없었다. 반면 개막식에는 전병극 차관이 참석 축사를 했는데, 돌발 상황도 연출됐다. 출협 임원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문체부가 등돌린 도서전 독자들이 살립니다'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묵언 시위를 벌였다.
출협과 문체부의 갈등이 여전히 팽팽한 것으로 단적으로 증명하는 모습이었다. 이 자리에는 각 정당의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주빈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사우디아라비아 문학·출판·번역 위원회 대표 등이 참석해 있어 '국제적인 행사의 망신'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왔다.
지난해 문체부가 "서울국제도서전 수익금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다"며 지원을 중단하면서 불거진 문체부와 출협과의 갈등은 장기적 양상으로 보인다. 출협 윤철호 회장은 "한국전쟁 후의 혼란과 군사정권 시기, 경제위기를 겪으며 역대 정부는 서울국제도서전에 관심 갖고 지원해 왔다"면서 정부 지원을 중단한 정부를 에둘러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문체부 지원 없이 열렸지만 관람객이 지난해보다는 많이 방문했다는 집계가 나왔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국제도서전'이라는 행사 취지에는 미치지 못한 현실은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도서전에는 36개국 530개 출판사가 참가했던 반면 올해는 19개국 452개 참가사에 그쳤다. 규모가 줄어든 주된 배경에는 해외 출판사를 한국에 초청하는 '저작권 펠로우십'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지 못한 탓이 컸다. 이 지점에서 서울도서전이 '국제도서전'으로 한발 더 나아가지 못한 건 '돈' 문제가 얽혀있다.
문체부는 작년까지 매년 도서전에 정부 보조금의 형태로 약 10억 원을 지원해 왔다. 이 같은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끊기자 행사에 돈을 지불하고 들어오는 국외 출판사 숫자가 줄었고 결국 국제도서전이라는 행사로는 퇴행한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문체부의 예산 직접 지원은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이 끝난 뒤 출협을 상대로 도서전 수익금과 관련한 재정 감사를 진행하면서 중단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문체부의 감사 결과에 따라 출협에 약 3억5900만원을 반납하라고 통지했다. 이후 출협은 처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문체부와 출협의 갈등으로 출판사와 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국내·외 출판사 간의 교류를 통한 출판업의 혁신 가능성이 줄었고 독자들은 해외 도서를 폭 넓게 접할 수 없는 기회가 줄었다. 국내 수준에 머물러 우리만의 도서전에 그친다면 국가와 산업, 개인 등 모두에게 손해일 뿐이다.
지난 70년 간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으로 성장 동력은 증명됐다. 논란 속에서도 도서전을 찾는 관람객이 더 늘은 이유다. 책 읽는 문화가 나라의 미래다. K-문학이 해외 주목을 받는 시점에 문체부와 출협은 갈등을 딛고 출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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