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전공의 수련 특례 적용…"결국 지역의료 죽을 것"
"사직 전공의 9월부터 다른 병원 수련 가능"
"지방 전공의 빅5 집중 지역·필수의료 붕괴"
"전공의 갈라치기로 빅5 전공의 충원 의도"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한 가운데 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의 전공의 전용공간이 텅 비어있다. 2024.07.09. [email protected]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일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전공의 수련 규정에 특례를 적용해 사직 전공의들이 9월부터 다른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의료계에선 '사직 1년 이내 동일 연차·전공 복귀 금지' 자체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인 데다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사직한 뒤 '빅5' 등 수도권 병원으로 몰려 오히려 지역 필수의료 붕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현재 상황에서 지방 전공의 또는 소위 비인기과 전공의가 서울의 대형병원 또는 인기과로 이동 지원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어 지방 필수의료의 파탄은 오히려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 전공의가 '빅5' 병원의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피부과, 안과 등 인기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34개 의대 교수들도 같은 날 공동 성명을 내고 "지방 병원 전공의들을 수도권 병원으로 유인해 충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공언한 정부로서 취해야 할 조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의대 증원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며 의료 개혁의 첫 단계로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방 의대 교수들의 수도권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마저 수도권으로 대거 빠져 나가게 되면 지역·필수의료의 존립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A 교수는 "주로 30~40대 필수의료 교수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지방에서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한 가운데 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인근 오피스텔에 보건복지부가 발송한 우편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07.09. [email protected]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지역·필수의료 붕괴 가속화를 막기 위해 9월부터 수련을 다시 받으려는 사직 전공의의 경우 '동일 권역, 동일 전공'에 한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사태가 다섯 달째 이어지면서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출구 전략을 내놨지만 전공의 복귀율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사직서 제출한 2월 사직 인정, 행정명령 철회가 아닌 취소, 각종 부당한 명령에 대한 사과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B 교수는 "전공의 복귀율에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빅5' 인기과 전공의들이 사직하면 돌아갈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이용해 전공의들을 갈라치기함으로써 단일대오를 무너뜨리고, 빅5에 전공의를 채워 넣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빅5' 전공의는 전체 전공의(약 1만3천 명)의 약 2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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