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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아이돌…(여자)아이들, 성장서사 압축한 케이스포돔 콘서트

등록 2024.08.04 06: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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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세 번째 월드투어 '아이돌(iDOL)' 포문

4일까지 총 1만6000명 운집

[서울=뉴시스] (여자)아이들.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8.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여자)아이들.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8.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년과 재작년 공연 때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에) '이런 것 저런 것 해보고 싶다'고 말씀 드리면 '나중에 케이스포돔에 가면 할 수 있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이렇게 네버버(팬덤 네버랜드 애칭)와 케이스포돔에 함께 있으니 너무 기쁘네요."

3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 그룹 '(여자)아이들'이 이곳에서 펼친 세 번째 월드투어 첫 공연 '아이돌(iDOL) 인 서울'은 다섯 멤버들이 오래 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만큼 오프닝부터 화려했다.

무대를 꽉 채운 초대형 LED스크린이 열리더니 멤버들이 마치 왕관처럼 생긴 리프트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왔다. 최근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K팝 콘서트 중 손에 꼽히는 등장 연출 장면이었다. 강렬한 밴드 사운드와 함께 들려준 '슈퍼레이디'는 30도가 넘는 폭염을 뚫고 공연장을 찾은 8000명의 무더위를 한 번에 날려줬다. 

K팝 아이돌의 성장 서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판이 콘서트다. 새 앨범 발매와 함께 서울에서 월드투어 포문을 여는 것이 도식화된 상황에서 2~3시간 동안 어떤 문법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 팀의 실력이 결정된다.

예스24 라이브홀, 올림픽홀, SK핸드볼경기장, 잠실 실내체육관을 거쳐 K팝 아이돌 콘서트계 성지 케이스포돔 입성까지 차근차근 계단식 성장을 해온 (여자)아이들은 데뷔 이후 그간 6년의 성장 서사를 이번 콘서트에서 압축했다. "너무 커서 여러분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감탄했지만, 빈틈 없이 이 공연장을 열기로 가득 채웠다.
[서울=뉴시스] (여자)아이들.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8.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여자)아이들.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8.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K팝 아이돌 신에서 (여자)아이들은 '괄호치기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이 팀은 '여자아이들'이 아닌 그냥 아이들로 읽는다. '(여자)'는 묵음이다.

소괄호는 보통 생략하는 요소임을 나타내거나 부기(附記·원문에 덧붙여 적는 기록)일 때 사용한다. 특정 대상에 대한 괄호치기를 더하는 일은, 괄호친 것은 제쳐두고 능동적으로 그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겠다는 뜻이다.

(여자)아이들은 이번 콘서트에서 알파벳 바꾸기 미학을 선보인다. '아이들(I-DLE)'을 '아이돌(IDOL)'로 치환하는 의지적 언어유희를 발휘한 것이다. 콘서트 브리지 영상에서 멤버들이 콘서트 프레젠테이션 중 팀명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갑자기 사라진 E를 찾기 위해 벌이는 소동을 다룬 건 단순히 그냥 삽입된 에피소드가 아니었다.

슈화가 결국 E 대신 O로 찾아오는 것으로 이 영상 에피소드는 마무리된다. 그 O는 (여자)아이들의 대표곡인 '톰보이(TOMBOY)'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이건 이제 더이상 아이들이 아닌 말 그대로 아이돌, 즉 우상으로서 나아가겠다는 발화다.
[서울=뉴시스] (여자)아이들.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8.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여자)아이들.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8.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여자)아이들의 개성은 어디에 있는가. 최근 발매한 미니 7집 '아이 스웨이' 타이틀곡 '클락션'은 결이 다르지만, (여자)아이들은 K팝 걸그룹 중 가장 화두가 되는 메시지를 과감하게 던져왔다. 여성 주체성('톰보이)', 선정성('누드'), 가부장제 사회('와이프') 등의 곡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었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선 무대 퍼포먼스에 방점을 찍긴 했지만 호피 무늬 옷을 입은 소연이 솔로 무대에서 '이즈 디스 배드 b****** 넘버(number)?'에서 "11월 계약 종료 누가 날 막아"라고 내뱉는 것도 (여자)아이들이라 가능하다. (여자)아이들 멤버들의 재계약 시기는 내년이다.

멤버들의 솔로 무대는 각자 개성이 묻어났다. 슈화는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타일라의 '워터(Water)' 댄스 커버를, 우기는 카세트 플레이어 활용을 무대 위에 녹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뒤 미공개 신곡 '라디오(RADIO)(DUM DUM)'를 힙한 기운으로 선보였다.
 
민니와 미연은 각각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OST '꿈결같아서'와 솔로곡 '스카이 워킹(SKY WALKING)'을 공중에 매달린 리프트 무대에서 선사했다.
[서울=뉴시스] (여자)아이들.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8.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여자)아이들.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8.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와이프' 무대에선 이 곡의 상징과도 같은 민트색 단발 뱅헤어 가발을 구현한 무대 상징물로 눈길을 끌었다. 화룡점정은 '라이언(LION)' '팝스타(POP/STARS)' '마이 백(MY BAG)'으로 이어지는 강렬한 노래들이었다.

K팝 걸그룹의 관습적인 장르가 아닌, (여자)아이들의 아이러니한 개성이 돋보이는 이 곡들은 왜 이 팀이 다른 대형기획사의 수많은 걸그룹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존재가 되는지를 증명해줬다. '퀸카(Queencard)' '톰보이' 같은 콘서트의 킬러 콘텐츠가 되는 메가 히트곡 역시 든든했다.

멤버들은 막판에 결국 눈물을 흘렸다. 특히 민니는 "제가 어제 네버버한테 콘서트 기대 많이 해달라고 했고 네버랜드가 '민니야~ 너 울 거야?' 라고 물어봐서 '절대 안 울 거'라고 했는데 막상 오니까 이렇게 많은 네버버 앞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다는 거 정말 꿈만 같다"며 펑펑 울었다. "진짜 가수가 꿈이었는데 이렇게 이 곳에서 꿈을 이루게 해준 네버버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여자)아이들은 4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콘서트를 이어간다. 총 1만6000명 규모다. 이후 홍콩, 도쿄, 터코마, 오클랜드, 애너하임, 휴스턴, 로즈몬트, 벨몬트 파크, 타이페이, 방콕, 마카오, 멜버른, 시드니 등 전 세계 14개 도시에서 글로벌 팬들과 만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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