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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승욱의 수軍수軍]"거친 파도에 바닷물 연신 들이켜"…가상 낙하산 끌려가니 '아찔'

등록 2024.08.17 06:00:00수정 2024.08.17 06: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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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남 남해서 공군 해상생환훈련 체험

비상탈출시 조종사 생환능력 함양 위한 훈련

낙하산 강하·견인 및 탐색구조훈련 등 실시


[남해=뉴시스] 공군 생환교육대 교관이 낙하산견인훈련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4.08.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남해=뉴시스] 공군 생환교육대 교관이 낙하산견인훈련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4.08.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남해=뉴시스] 옥승욱 기자 = 지난 14일 오후 경남 남해 미조항 인근 앞바다. 공군 훈련정 후미에 로프에만 의존한 채 4m 상공에서 매달려있던 기자는 교관의 입수 구령에 맞춰 그대로 바다 속으로 빠졌다.

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이 구명조끼에 연결돼 있던 줄이 훈련정 속도에 맞춰 기자를 끌고 갔다. 훈련 체험 전 배운 동작을 떠올리며 줄을 아래로 누르고 상체를 올리자 파도를 겨우 극복한 채 호흡할 수 있었다.

그대로 몇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배 위에서 교관의 백드랙(Back drag) 지시가 내려졌다. 바다에 갓 입수했을 때 정면으로 끌려갔다면, 이제는 등진 채 끌려가는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선상에서 배운대로 다리를 넘기며 배 정면을 향했던 몸을 한바퀴 꼬았다. 백드랙 자세는 완성됐지만 그대로 머리와 상체가 바다에 잠겨 호흡이 불가능했다.

바닷물을 연신 삼키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파도를 등진 채 최대한 상체를 들었다. 이윽고 교관이 배와 연결된 줄을 해제하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구명조끼에 연결된 줄을 해제하려는 순간 문제가 생겼다. 왼쪽은 쉽게 풀렸는데 나머지 한쪽을 해제하지 못한 것이다.

오른쪽 줄을 풀지 못하며 그 상태로 또 배에 끌려갔다. 이때부터는 정말 생존싸움이었다.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는 가운데 계속해서 오른쪽 줄 해제를 시도했다. 결국 두 손을 사용해 줄을 풀고 나서야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공군 조종사가 되는 과정은 험난하다. 조종기술은 물론이고 비상상황 아래 생환하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생환이란 전·평시에 공중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난됐을 때 조기에 구조전력에 의해 귀환하거나 조난자 스스로가 자력으로 원대복귀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근본 목표는 유사시 공중근무자들이 각종 조난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고 생환에 성공함으로써 아군의 전투력을 보존해 차기 군사작전 및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다.

공군 조종사들은 비상상황 발생시 기본적으로 낙하산에 의해 공중 탈출한다. 지상으로 강하를 시도해야 하는데 착륙지점이 바다인지 육지인지 알 수 없다. 육상이면 큰 문제가 없지만 해상일 경우 많은 난관이 기다린다.

안전하게 바다에 떨어졌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해상에서 부는 바람에 의해 낙하산이 바다 위에서 끌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가정해 이날 기자들이 제일 먼저 경험한 훈련이 공군 해상생환훈련의 한 종류인 낙하산견인훈련(DRAG)이다. 배에 달려 있던 줄이 낙하산 줄이라 가정하고 끌려갈 때 호흡을 유지한 채 낙하산 줄을 분리할 수 있는 훈련을 받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군 조종사들이 탈출 후 낙하산에 의해 끌려가는 속도는 15노트(시속 28km)라고 한다. 이날 기자들이 체험한 속도는 불과 4노트(시속 7km)에 불과했다.

공군 관계자는 "공중근무자들이 공중임무 수행 중 비상상황 발생 시, 육지수상해상 등 어떠한 장소와 상황에서도 살아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이 훈련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남해=뉴시스] 공군 해상생환훈련에 참가한 국방부 기자단이 탐색구조훈련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공군 제공) 2024.08.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남해=뉴시스] 공군 해상생환훈련에 참가한 국방부 기자단이 탐색구조훈련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공군 제공) 2024.08.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서 함정이나 헬기에 구조될 당시 행동절차를 숙달하는 탐색구조훈련이 진행됐다. 5명이 한 조를 이뤄 남해 바다 한가운데 뛰어들었다.

이날 날씨가 매우 무더웠던 탓에 깊은 바다에 뛰어들자 시원하게 느껴졌다. 훈련이 시작되자 대기하고 있던 헬기가 근처로 다가왔다. 헬기 프로펠러에 의해 부는 바람인 다운워시(Downwash)로 인해 바닷물이 사방으로 튀어 눈을 뜨기 어려웠다.

조원 중 한명이 무사히 헬기에 의해 구조되면서 탐색구조훈련은 마무리됐다.

공군 관계자는 "실제로 탐색구조에 나설 경우 다운워시에 의해 구명정이 전복될 수 있다"며 "따라서 구조인원은 미리 구명정에서 내려 있거나, 인원이 다수일 경우 서로 붙어있고 흩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훈련은 조종사들이 항공기 비상탈출 후 낙하산을 이용해 안전하게 해상으로 입수하는 과정을 숙달하는 낙하산부양강하훈련이었다.

[남해=뉴시스] 공군 생환교육대 교관이 낙하산부양강하훈련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4.08.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남해=뉴시스] 공군 생환교육대 교관이 낙하산부양강하훈련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4.08.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훈련은 실제로 항공기에서 뛰어내릴 수 없기에 훈련정에 실린 낙하산에 매달려 공중 부양한 뒤 입수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이날 남해 상공에 바람이 많이 없어 이 훈련은 일부 인원만 체험할 수 있었다. 몸무게가 적지않게 나가는 기자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참여가 불가능했다.

110m에 달하는 낙하산 견인줄이 견인선에 의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줄이 훈련정에서 다 빠져나갔을 때 즈음 훈련에 참가한 기자가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대로 낙하산과 함께 공중 부양했고 70m 상공까지 떠올랐다.

분리 신호에 따라 견인줄을 분리하자 낙하산이 서서히 떨어졌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구명정에 의해 안전하게 구출되면서 이날 모든 훈련은 마무리됐다.

공군 생환교육대 교관 김기환 상사는 "실제 조난 상황은 전시와 평시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공중근무자에게 닥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조난자를 구해줄 수 없기 때문에 실전과도 같은 훈련을 통해 언제든지 살아 돌아올 수 있게끔 강인하게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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