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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식 불공정거래 칼 뽑았다지만…증선위 제재 감경 30% 넘어

등록 2024.08.20 16:32:10수정 2024.08.20 18: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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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공매도, 절반 이상 감경

"과징금 도입 얼마 안돼 균형 찾아가는 과정"

[단독]주식 불공정거래 칼 뽑았다지만…증선위 제재 감경 30% 넘어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와 주식 불공정거래에 칼을 뽑았다지만, 최종 제재가 확정되는 증권선물위원회 단계에서 제재 수위가 감면되는 비중이 지난해 3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법 공매도 건의 수위 조정이 가장 많았다.

20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4년 불공정거래 조사·제재 현황'에 따르면 금감원 조치 원안이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에서 감경된 비중이 지난해 크게 늘어났다.

비중은 2020년 5.8%, 2021년 2.6%에 불과했지만 2022년 23.0%, 지난해 32.1%까지 뛰었다. 올해 5월까지의 증선위 기록도 15.2%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감경 사례가 잦았던 분야는 불법 공매도 관련 제재로 나타났다.

증선위에서 의결된 공매도 제재 건수는 2020년 1건에서 2021년 4건, 2022년 10건, 지난해 21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지난해 상정된 21건 중 절반이 넘는 12건은 과징금과 과태료 등이 감경됐다.

지난해 SK 주식에 대한 불법 공매도 사실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UBS AG는 금감원 조치 원안에서 약 36억원 양형을 받았으나 증선위 논의 후 21억8380만원의 과징금을 확정받았다. 에포크로에이치엔 주식 공매도로 덜미를 잡힌 한 외국계 기관 역시 과징금이 79억3710만원에서 38억7400만원으로 절반 감경됐다. 외국계 케플러의 과징금은 15억2090만원에서 10억6300만원으로 내려갔다.

금감원과 증선위 간에 양형 차이가 발생하는 건 둘의 역할이 달라서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금액, 거래 횟수, 동기(고의·중과실·과실 등) 등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조치안을 상정하며, 이후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친 뒤 증선위원들의 협의에 따라 최종 제재 수위가 확정된다. 감경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으며 증선위원들이 협의를 거쳐 정하는 구조다.

금감원이 일종의 구형 역할을 한다면 증선위는 검사와 변호사 모두의 진술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법원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불법 공매도의 경우 조사와 제재가 최근 2~3년 새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에 여러 사례를 바탕으로 적정한 양형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매도의 경우 완전 고의로 발생한 것보단 실수가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증선위 협의 과정에서 반영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개인이나 회사에게 억울할 수 있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하면 참작되는 셈인데, 금감원의 경우엔 무조건 규정에 따라서만 원안을 상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고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양쪽의 제재 차이가 클수록 제재 수위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하다. 금감원과 증선위 간 시각차가 클수록 '고무줄 제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공매도 조치가 최근 몇년 새 늘어나기도 했고 과징금이 도입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리를 잡으면 금감원의 양형 매트릭스에도 증선위에서 판단한 것들이 반영되며 차이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법원에서도 검찰 구형대로 징역을 살게 하는 게 아니고 변호인 얘기를 듣고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면을 하기도 한다"며 "금감원은 그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조치안을 만드는 것이고 증선위 협의 과정이 최종적인 제재 결과"라고 말했다.

강훈식 의원은 "불공정거래 조사 제재 감경 비율이 크게 오르며 금융당국 제재 결과에 대한 신뢰 저하가 우려된다"면서 "특히 불법 공매도 제재의 경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당국이 하루 빨리 적정한 양형 기준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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