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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대 끊길 위기…전문의 4명중 3명 "사직고민중"

등록 2024.10.14 16: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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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의료 사고 10~15억 배상 판결"

"보험료 절반 지원 아닌 전액 지원을"

"분만 사고 국가책임제 도입 필요해"

[서울=뉴시스]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제52차 추계 학술대회'를 열고 산부인과가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분만 사고 배상액 전액 국가 책임제' 도입의 필요성을 밝혔다. (사진= 뉴시스DB) 2024.10.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제52차 추계 학술대회'를 열고 산부인과가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분만 사고 배상액 전액 국가 책임제' 도입의 필요성을 밝혔다. (사진= 뉴시스DB) 2024.10.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산부인과 의사의 평균 나이는 54.4세로 향후 10년 내 절반 이상이 정년 퇴임할 예정입니다. 산부인과 의사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며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제52차 추계 학술대회'를 열고 산부인과가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분만 사고 배상액 전액 국가 책임제' 도입의 필요성을 밝혔다.

김 회장은 "저출산과 의료 환경 악화, 정부의 미흡한 지원으로 산부인과 의사는 줄고 있고, 분만 의료기관은 폐업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특히 산부인과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중 가장 심각한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후 산부인과의 인력 부족 현상은 악화하고 있다. 레지던트 임용 대상자 474명 중 남은 산부인과 전공의는 38명에 불과하다. 또 사직 전공의 중 산부인과 의원에 취직한 경우는 48명에 그친다.

산부인과 의사 이탈의 주원인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보상, 높은 의료 소송 위험 등으로 분석된다.

대다수 대학병원에서 분만 등을 담당하는 산과 교수는 1~2명 뿐으로, 이 중 62%는 한 달에 6~10회 이상 당직을 서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임산부를 돌봐서 건강보험으로 받는 보험 수가는 매우 낮고, 건강보험 진료에 따른 원가 보전율은 61%로 원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실정이다. 원가보전율은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들어간 비용 중 건강보험과 환자로부터 돌려받은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병원이 환자 진료에 100원을 썼는데 61원을 돌려받았다면 원가보전율은 61%다.

특히 높은 의료 소송 위험은 대표적인 산과 기피 요인으로 꼽힌다. 늦은 결혼으로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임산부 또는 태아에게 합병증이 증가할 수 있는 고위험 임신이 늘어 소송 위험이 높아진 가운데, 최근 산과 소송에서 10억~15억 원에 이르는 배상 판결이 나오고 있다.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출생률마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분만을 책임지는 산부인과 병원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는 2018년 555곳에서 올해 425곳으로 130곳이 줄었다. 전국 시군구 250곳 중 22곳은 산부인과가 없고, 산부인과가 있더라도 분만실이 없는 곳은 50곳에 달한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분만실이 없는 곳은 약 30%에 이른다.

특히 고위험 산모와 태아의 진료를 담당하는 전국 대학병원 산과 전문의 중 4명 중 3명은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

 의사회는 산부인과 위기를 극복하려면 산부인과 의사 처우 개선, 분만 의료기관 지원, 의료 사고에 대한 보험 지원, 저출산 문제 해결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또 필수의료 인력·인프라 확충 및 역량 강화 지원을 위한 지역 의료 발전 기금을 신설해 소멸 직전의 지역 분만 인프라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분만 병원 지원을 위해 2600억 원을 투입했지만, 특례시와 광역시에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회장은 "특례시는 광역시보다 인구 밀도와 의료 인프라가 훨씬 앞서 있지만, 광역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분만 건당 110만 원을 지급받는 반면, 광역시는 55만 원을 지급받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분만병원 간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고, 결국 분만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지원금을 행정 구역이 아닌 생활권을 기준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분만 사고 배상과 관련해 분만 실적이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621명에게 1인당 463만 5500원의 보험료를 50% 지원하는 방식을 중단하고 의료 소송 배상액을 국가가 전액 부담할 것도 요구했다.   

앞서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으로 94억 원을 신규 배정했다. 특히 산부인과 개원의에게는 14억 3900만 원을 지원한다. 이는 분만 실적이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621명에게 1인당 463만 5500원의 보험료를 50%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 회장은 "기존 의료인들이 가입돼 있는 의협 공제회와 각 진료과에서 운영 중인 다양한 의사 배상 보험이 있는 만큼 중복 기능이 예견되는 의료기관 안전 공제회 설립은 중단하고 (분만 사고 배상액)전액을 국가 배상 기금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부인과 의사 처우 개선, 분만 의료기관 지원 확대, 분만 사고 배상액 전액 국가 책임제 등을 통해 산부인과 위기를 극복해야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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