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녀 "'벽 속의 요정', 20년 동안 보러 오는 관객 있죠"
20년 롱런하는 장수극…김성녀 32역 연기
10월31일~11월10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 배우 김성녀가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오픈스튜디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10.14. [email protected]
2005년 첫 공연을 올린 뮤지컬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이 오는 31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초연 당시 예술계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예술상과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하고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한국연극선정 2006 공연베스트 7로 선정된 작품이다.
모두 12곡의 노래가 곁들여져 연극과 뮤지컬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무대다. 홀로 극을 이끄는 김성녀는 5살 어린 아이부터 70살 노인까지 무려 32역을 소화한다.
김성녀는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창극, 마당놀이, 뮤지컬 등 무대 장르는 안 해본 게 없다"며 "제갈공명, 홍길동, 이도령 등 남역도 많이 했는데 이런 많은 경험들이 조각처럼 맞춰지면서 32역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작품은 벽 속의 요정과 함께 사는 엄마와 어린 딸의 흥미진진하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그린다. 벽 속 요정의 정체는 다름 아닌 돌아가신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다. 좌우익의 대립 속에서 억울하게 반정부인사로 몰리게 된 아버지가 벽 속으로 피신해 숨어살게 된 것. 어머니는 행상으로 힘겹게 삶을 이어가다 베를 짜서 장사를 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워져야만 했던 아버지의 삶과 고난을 이기고 삶을 이끌어 온 어머니의 삶이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 연출 손진책과 배우 김성녀가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오픈스튜디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10.14. [email protected]
"노인은 어린애와 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아이 역할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요. 그런데 일흔이 넘어서 20대 처녀 역할을 하면서 요염함을 표현하고 춤을 추는 모습이 쑥스럽고 창피하기는 하죠. 처녀 역을 연기하려고 저녁 6시 이후로는 먹지 않고 있어요."
이 작품의 원작은 일본의 작가 후쿠다 요시유키가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토대로 한다. 극작가 배삼식이 우리 상황에 맞게 재구성, 각색해 한국판 '벽 속의 요정'을 탄생시켰다. 당초 번안을 반대했던 원작자가 한국 공연을 보고 '또 다른 하나의 작품'이라며 극찬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손진책 연출가는 "저는 외국 작품이 잘 안 와 닿는 체질이라 스페인의 얘기로는 제 자신이 설득이 잘 안 돼 배 작가에게 각색을 하자고 했다"며 "각색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얘기를 주고 받았다"고 전했다.
김성녀는 "완전하게 써서 보낸 대본으로 연습한 게 아니라 우리가 의견을 보내면 배 작가가 밤을 새서 수정하고 그 다음날 읽고는 또 각색하면서 만들어 나간 대본"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 연출 손진책(오른쪽부터), 배우 김성녀,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오픈스튜디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10.14. [email protected]
김성녀는 "화장실에서도 우는 관객이 많고 정치인들이 분장실로 찾아와서 울기도 하더라"며 "정치인들도 감옥에 많이들 가는데, 벽 속에 있는 게 감옥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나 보더라"고 했다.
객석에서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계란팔이 장면과 극중극인 그림자인형극 '열두 달 이야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김성녀는 "우리나라 관객들이 참 멋지다. 약속하지 않아도 굉장히 잘 놀아준다"며 "어떤 관객이 왔느냐에 따라 연극이 달라진다"고 했다.
공연은 11월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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