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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술 정책', WHO 기준 65점…심야 판매 제한해야"

등록 2024.10.2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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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지표 활용한 국내 알코올 정책 평가

'주류 이용 제한·마케팅 규제' 등 낮은 점수

'술 문제 조기 발견·치료'는 30점에 불과

연구진 "초보 운전자 알코올 기준 엄격히"

"심야 주류 판매 제한하면 공중 보건 증진"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국내 알코올 정책 이행 수준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소주를 고르고 있는 모습. 2022.02.20.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국내 알코올 정책 이행 수준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소주를 고르고 있는 모습. 2022.02.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국내 알코올 정책 이행 수준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코올 중독 치료 프로그램이 세밀하게 짜여져 있지 않은 점, 술 판매 시간에 제한이 없는 점 등에서 점수가 깎였다.

20일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제44권 3호에 실린 논문 'WHO 알코올 정책 종합 지표를 활용한 국내 알코올 정책 평가(가톨릭대학교 김용석 등)'를 보면, 연구진은 WHO의 알코올 정책 종합 지표를 기준으로 국내 알코올 정책에 점수를 매겼다.

WHO 알코올 정책 종합 지표는 리더십·인식과 이행, 조기 개입 및 치료 접근성 확대, 지역사회 기반 개입, 음주운전 정책, 주류 이용가능성 제한, 주류 마케팅 규제, 가격정책, 해로운 음주로 인한 폐해 감소, 불법 주류 대책, 모니터링과 감시체계 등 핵심 지표 10개와 세부 지표 34개로 구성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이 국내 음주 관련 법규 및 알코올 정책 관련 데이터를 평가한 결과, 지역사회 기반 음주폐해 예방활동(47.06점), 주류 이용 가능성 제한(51.60점), 주류마케팅 규제(56.25점) 등의 지표에서 정부의 대응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구체적으로 '지역사회 기반 예방활동' 지표를 보면 학교를 기반으로 한 정책과 개입은 적절히 이뤄지고 있지만 직장 기반 음주 문제 예방 및 상담과 관련된 정책은 제도화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도 기준보다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 이용 가능성 제한' 지표를 보면 주류의 판매 시간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다는 점, 장소 제한(휴게소 등)이 부분적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받지 못했다.

TV·인쇄물·인터넷 등에서의 주류 광고 규제, TV·영화 제작 주류 제품 배치 제한 등을 세부 지표로 둔 '주류마케팅 규제'는 해당 매체에서 제한이 없거나 부분적으로 있다는 점에서 점수가 깎였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지표는 '술 문제 조기 발견 및 치료'로 30.00점이 나왔다.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대상을 구분한 알코올중독 치료 프로그램이 부재한 점, 선별 검사와 단기 개입을 하는 일차보건의료 제공자의 비율에 대한 통계가 없는 점 등이 점수에 반영됐다.

음주운전 대책 관련 지표는 77.27점으로 보통 수준의 평가를 받았는데, 젊거나 초보인 운전자를 위한 혈중알코올농도 규정이 별도로 없다는 세부 지표에서 점수를 얻지 못했다.

그 외 가격정책(65.17점), 불법주류대책(70점) 등의 항목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반면 리더십·인식과 이행, 술 소비 및 폐해 감시체계 지표에선 각각 91.30점, 100점으로 높은 점수가 나왔다.

'리더십·인식과 이행' 관련해선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등 국가차원의 정책이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으며, 음주의 사회적 폐해에 대한 인식 제고 활동 등이 잘 이뤄졌다는 평가다.

'술 소비 및 폐해 감시체계' 지표는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에서 알코올 관련 통계 및 자료집을 발간하고 있는 점, 과음 경험 및 미성년자 음주 경험 등 전 국민 대상 설문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핵심 10개 지표의 평균 점수는 65.12점으로 연구진은 우리나라 알코올 정책 이행 수준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봤다.

같은 기준으로 유럽연합 53개국이 받은 점수의 평균과 비교해보면 술 문제 조기 발견 및 치료, 주류 이용가능성 제한, 주류마케팅 규제 지표에선 점수가 낮았다. 나머지는 국내가 유럽연합 평균보다 점수가 높거나 비슷했다.

연구진은 술 문제 예방 및 치료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그 방안 중 하나로 음주운전 법률의 강력한 집행을 꼽았다.

특히 젊거나 초보인 운전자를 대상으로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엄격히 하고 처벌도 보다 강화하는 것이 관련 사고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이들은 운전 경험 부족으로 인해 낮은 혈중알코올농도에서도 높은 사고 위험을 보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따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류 판매 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늦은 시간까지 알코올 판매를 허용하면 폭력 사건 등 음주 관련 피해가 증가하며, 반대로 영업 시간을 제한하면 이러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이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호주 뉴캐슬에서는 밤 10시 이후 주류 판매 금지와 새벽 3시30분 영업 종료를 도입한 결과 밤 10시에서 새벽 6시 사이 폭행 사건이 37% 감소했다.

연구진은 "심야 주류 판매를 제한하는 정책은 공중 보건을 증진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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