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도' 상표 등록 신청한 성경김…대법 "식별력 없어 위법"

'지도 만으로 이뤄진 상표' 등록 여부 쟁점

성경김 "한반도 상표 오랜 기간 동안 사용"

1·2심 패소…"지도 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

대법 "사회통념상 대한민국 지도로 인식돼"

[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24.11.25. (사진 =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성경식품이 한반도 지도 모양의 상표를 등록 신청하고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식별력이 없이 단순한 지도 모양으로 된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성경식품이 특허청장을 상대로 낸 거절결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성경식품은 조미김을 제조하는 회사로, 한반도 지도 모양을 상표로 하는 '지도표 성경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성경식품은 아무런 문구 없이 한반도 지도를 선으로 표현한 모습의 상표를 등록 신청했으나, 특허청 심사관은 2020년 8월 지도 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거절 결정했다.

상표법은 지리적 명칭이나 지도 만으로 된 상표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정했다. 다만, 상표 출원 전 수요자가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상표를 식별할 수 있는 경우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고 했다.

성경식품은 특허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청구했다. 

성경식품 측은 재판에서 "단순한 한반도 지도가 아닌 지도를 모티브로 한 도형상표"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반도 모양 상표를 담은 제품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갖췄다고 했다.

특허소송에서 1심 역할을 하는 특허심판원은 성경식품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심판 청구를 기각하는 심결을 했다.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등록한 상표가 사회 통념상 지도에 해당하며, 그동안 한반도 지도 모양을 활용한 상표들은 '지도표 성경'을 결합해 사용하는 등 별개로 독립된 상표를 써왔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일반 수요자에게 사회통념상 대한민국 지도로 인식되는 이상, 이 사건 출원상표는 상품 출처표시로서 식별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정인에게 이를 독점하도록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또한 "원고가 1994년경부터 조미김 등 가공된 김을 생산·판매하면서 이 사건 출원상표도 함께 표시된 표장을 사용해왔고,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 상당한 정도에 이른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실사용상표들은 모두 도형부분 외에 적어도 1개 이상의 문자 부분이 결합한 표장으로서 도형만으로 구성된 이 사건 출원상표와 동일한 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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