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육박하는 '주주 배정 유증'…현대차증권 주주들 뿔났다
이사회 결의 후 하루 만에 13% 급락
배당 기대감으로 투자한 주주들 반발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배당주로 믿고 대부분의 재산을 투자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설마 그것도 증권사가 주주 배정 유상증자(유증)를 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진짜 죽고 싶네요."
현대차증권이 시가총액에 맞먹는 주주 배정 유증을 결정하면서 주가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배당 기대감에 주식을 샀던 주주들은 "이러니까 국장을 떠나는 것"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1150원(13.07%) 하락한 7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7350원까지 빠져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배당 기대감에 대부분의 금융주들이 강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같은 날 증권업종만 놓고 보더라도 메리츠금융지주(3.65%), 한국금융지주(2.43%), 키움증권(2.32%), 미래에셋증권(1.42%), DB금융투자(1.19%), NH투자증권(0.45%) 등이 일제히 상승 흐름을 탔다.
현대차증권 공시를 종합하면 이사회는 지난 26일 20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을 결의했다. 구주 1주당 신주 0.699주가 배정되며 신주 3012만482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예정 발행가액은 할인율 15%를 적용한 6640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들은 가만히 있다가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이들은 증권사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한 데다 자기자본이 적지 않은데 주주 배정 유증을 선택한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현대차증권의 최근 실적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중소형사들의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현대차는 기업 체질 개선 성과로 실적이 반등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한 146억원,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3.9% 늘어난 107억원을 기록했다.
주주들의 불만은 현대차증권 지분을 25.43% 보유해 최대주주인 현대차에도 집중됐다. 이번 유상증자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소화할 수도 있었는데 현대차가 보유한 지분만큼 배정되는 신주 청약에 100% 참여하는 수준에 그쳐서다. 청약 후 남은 실권주는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인수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열 받는 일"이라며 "애초에 제3자 배정 유증 방식으로 최대주주인 현대차가 다 떠안겠다고 했으면 주가가 떨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말 배당 기대감으로 금융주 주가가 상승하는 시점에 내 주식만 주가가 떨어지고 그게 유증 때문이면 어떻겠나.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면서도 "어느 정도 부채를 상환하고 자본을 확충하면 향후 기업의 안정성과 성장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필요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현대차증권은 이번 유증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시설자금 1000억원, 채무상환자금 225억3000만원, 기타자금 774억7000만원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차세대 원장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금리 인하기에 디지털 전환 가속화, 자기자본 확대 등을 통해 리테일·기업금융 등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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