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 "현장 실습생 간 손상", 반도체 업체 "작업환경 무관"
[인천=뉴시스] 11일 오전 인천의 한 반도체 업체에서 간독성 산업재해 대응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제공) 2024.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노동인권단체가 고등학교 현장실습생으로 입사한 20대 남성이 반도체 업체의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해 독성 간 질환을 겪었다고 주장하며 산재 인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업무 환경과 질환 간 인과 관계가 없으며, 역학조사 결과 안전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11일 오전 노동인권단체 '건강한노동세상'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천 등은 인천의 한 반도체 제조업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재해 은폐와 책임 회피를 규탄했다.
A씨는 2020년, 19살 당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해당 반도체 업체에 입사했다.
그는 고3 시절 '학교의 1호 취업생'이라는 자부심으로 반도체 업체에서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으나, 1년 만에 독성 간 질환으로 간이 녹아내리는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었다.
이후 A씨는 간 이식을 받았으며,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단체는 "A씨는 아세톤 냄새가 가득한 세정실에서 얇은 종이 마스크와 찢어진 비닐장갑만으로 근무해야 했고, 매주 바뀌는 화학물질에 대한 설명이나 안전 교육도 전무했다"며 "방독마스크는 관리자에게만 지급됐으며, 독성 물질로 인해 손 피부가 벗겨지는 등 심각한 작업 환경 문제도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족도 회사의 책임 회피를 강하게 비판했다.
A씨의 아버지는 기자회견에서 "건강했던 아들이 간독성 질환으로 고통받게 된 것은 분명한 산업재해임에도 회사는 이를 음주와 코로나19 백신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보호 장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산재를 인정하기는커녕 진실을 보도한 기자를 고소하며 2차 가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의 형식적인 조사를 비롯해 부실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단체들은 "산재 피해자의 억울함을 밝혀야 할 기관이 오히려 피해자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와 정치권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만 몰두하며 노동자의 안전을 뒷전으로 한 점도 문제 삼았다.
특히 현장실습생을 위험한 근로 환경으로 내모는 정책과 관련해 정부와 교육청의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A씨의 아버지는 "회사가 진심 어린 사과와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교육청과 학교에도 실습생들의 안전한 근로 환경을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노동인권단체들과 피해자 가족은 반도체 업체가 산재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계기로 안전한 근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업체 측은 A씨 간 질환은 업무 환경과 인과 관계가 없고, 근로복지공단의 면밀한 역학조사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업체는 입장문을 통해 “역학조사 당시, A씨가 접촉했던 세척 물질이 물에 불과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과거 세척 물질로 물 대신 에탄올을 사용했으나, 에탄올은 손 소독제 등 인체에 유애하지 않은 소독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업체의 업무 환경은 대한산업보건협회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특히 A씨가 근무했던 환경에서 간 질환을 유발하는 인자가 대부분 불검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일 공정이 운영된 약 20여 년 동안 A씨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질환이 발병한 전례가 없고, 그와 함께 근무했던 100여 명의 직원들도 유사 질환이 발생한 적이 없다”면서 “그동안 직원들의 안전한 업무환경 조성을 우선 순위로 삼고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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