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헌등사
[서울=뉴시스] 헌등사(사진=민음사 제공) 2024.12.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끝이 보이면 차라리 안심이 된다. 죽을 수 없는 고통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소설집 '헌등사'는 동일본 대지진과 치명적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고 나서 태평양 한가운데를 표류하듯 고립된 일본의 모습을 그렸다.
자연 오염과 정부의 민영화, 쇄국 정책 등으로 외국어가 더는 쓰이지 않고 일본 열도 전역이 황폐해져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워진다.
인간의 욕심으로 들끓던 재앙 이전 시대에 태어난 요시로와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떠안고 살아가는 그의 증손주 무메이는 디스토피아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한다.
저자 다와다 요코는 헌등사를 통해 디스토피아를 넘어 언어와 문화의 차이, 인간과 자연의 불화를 통합해 나간다.
소설집에는 표제작인 헌등사 외에도 ▲빨리 달려 끝없이 ▲불사의 섬 ▲피안 ▲동물들의 바벨 등이 포함됐다. 저자는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프랑스 빵, 영국 빵 같은 말도 있었잖아요. 그렇게 부르면 더 일본식으로 느껴져서 애틋해요.' 요시로의 목소리는 외국의 나라 이름이 나올 때마다 작아졌다. 빵집 주인은 눈알을 좌우로 이리저리 굴리며, 혹시 주위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 빵도 예전에는 저먼 브레드라고 불렸어요. 지금 정식 명칭은 사누키 빵이에요. 빵이라는 말도 외래어인데 말이에요.'"(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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