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2030여성·농민… 세대·집단 아우르는 '탄핵 연대'
전농, 트랙터 막히자 시민들 거리로
전문가 "세대와 집단을 초월해 연대"
"민주주의 복원하려는 열망 나타나"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열린 집회에 농민, 고등학생, 2030 여성, 군인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참여해 연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피켓과 응원봉을 흔들고 있는 모습. 2024.12.16. [email protected]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까지 트랙터를 끌고 온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경찰 차벽에 막히자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트랙터와 화물차를 가로막은 경찰을 향해 길을 열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2030 여성들은 응원봉을 들고 모였다. 각자 다른 가수를 응원하던 이들은 남태령에서도, 광화문에서도, 국회 앞에서도 함께 탄핵을 외쳤다. 핫팩, 생리대 등을 나누며 연대하기도 했다.
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 집회에는 첫 휴가를 나온 현역 군인 김모(20)씨가 있었다. 군복을 입은 그는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화단 뒤에서 조용히 집회를 지켜봤다.
김씨는 "국민들이 얼마나 (이 사태에) 관심을 가지는지 참을 수 없이 궁금해서 뛰쳐나왔다"며 "군대는 국민에게 충성하라고 하면서, 이건 국민을 위한 게 아니지 않나. 명령에 따르라면서 계엄을 선언하니 불안했다"고 말했다.
10대 학생은 더 이상 부모가 아닌 혼자, 또는 친구 손을 잡고 광장에 나왔다. 지난 19일 열린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촛불문화제'에서 한 고등학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윤 대통령에게 직접 쓴 편지를 낭독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A군은 "당신(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직접 국민 앞에서 사퇴한다면 그냥 패배자가 되겠지만 뻔뻔하게 계속 자리에 있으면 친일파나 다름없는 영원한 패배자가 되는 것 아니겠냐"고 목소리 냈다.
집회 참가자의 다양성은 여러 사회 문제를 공론화로 표출됐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는 군대의 부조리를, 경남 거제시에서 배를 만드는 하청노동자는 노동환경의 열악함을,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뽑았던 지지자는 윤 대통령의 잘못을 짚었다. 그들의 고민은 제각각이었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에게 공감받았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국민의 다양성을 하나의 목표로 결집시켰다고 분석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세에 몰렸던 국민이 세대와 집단을 초월하고 연대해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 민주주의를 함께 복원하려는 열망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특정 집단의 이해와 이념을 중심으로 시위가 이뤄졌다면 다양성의 가치가 확산한 한국 사회에서는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면 집단을 초월해 시위에 집결하는데 이번 시위가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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