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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우의 작가만세]이슬아 "바야흐로 '가녀장의 시대'...문학, 더 정치적이었으면"

등록 2022.10.22 07:00:00수정 2022.10.22 09: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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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메일링 서비스 '일간 이슬아'에서 첫 장편소설 출간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가녀장의 시대' 작가이자 헤엄 출판사 대표 이슬아가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 헤엄출판사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가녀장의 시대' 작가이자 헤엄 출판사 대표 이슬아가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 헤엄출판사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가녀장의 시대'도 낡은 것이 된 미래를 꿈꾸고 있어요."

그간 일간 연재의 아이콘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해 온 이슬아(30)가 첫 소설을 냈다. '가녀장의 시대'. 가부장도, 가모장도 아닌 가녀장이 된 당찬 출판사 사장인 딸 '슬아'의 이야기다. 이슬아가 만든 ‘가녀장’이란 말은 SNS와 신문칼럼에 회자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소설속 '가녀장 이슬아' 행보는 파격적이다. 출판사 직원으로 모부를 고용하고 사장이자 성공한 작가로서 거침없이 행동한다.

"참고할 만한 롤모델인 동시에 완전 무결한 가장처럼 보이는 건 경계했죠."

소설 속 '낮잠 출판사'는 이슬아가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헤엄출판사가 모티프가 됐고 그의 모부 복희와 웅이는 실제로 출판사에서 근무하며 사장이자 가녀장인 딸을 대한다.

자신과 가족과 세계의 운명을 바꾸어나가는 이야기. 이번 소설은 그간 차근차근 갈고 닦은 이슬아의 '작가 선언'처럼 들린다.

최근 소설의 무대가 된 헤엄출판사에서 만나 이슬아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가녀장의 시대' 작가이자 헤엄 출판사 대표 이슬아가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 헤엄출판사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가녀장의 시대' 작가이자 헤엄 출판사 대표 이슬아가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 헤엄출판사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22. [email protected]



'일간 이슬아'에서 '가녀장의 시대'까지…"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일의 작품을 위해"

"저는 개미처럼 일하는 것 같아요."

이슬아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재능은 필력이 아닌 "못해도 잘하고 싶어 노력하는 기질"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부터 대안학교의 문학 교사까지 좋아하는 이들을 쫓아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후 글방을 찾아 7년간 쓰기를 이어왔지만 자신이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생각은 없었다.

가장 자신 있는 것은 "매주 빠지지 않고 글방에 글을 써가는 일"이었다. 이 부지런함은 그가 2018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메일링 서비스 '일간 이슬아'로 이어졌다. 일간 연재를 통해 주 5일간 매일 1편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개미처럼 차근차근 이뤄진다.

"물론 매일 마감하는 일은 괴롭죠. 그게 어디 즐겁겠어요."

괴로운 마감에도 일간 연재에 힘을 쏟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다음 글로 이전 글을 만회하고 싶기 때문이다. 실패하는 빈도가 늘어날수록 다시 잘해볼 빈도도 늘어난다고 믿는다.

"그렇게 오늘의 마감을 끝내고 오늘의 책을 낼 수 있었죠."

넒어진 시야, 나의 이야기에서 타인으로

'일간 이슬아'의 첫 연재 당시에는 연애 이야기 등 개인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의 이슬아의 시선은 타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소설에서도 가녀장 이슬아 개인의 분투가 아닌 살림노동을 하는 어머니 복희와 낮잠출판사의 식구들 모두가 주인공에 가깝다.

지금의 그는 결코 연애 이야기만을 하지 않는다. 비거니즘부터 기후위기, 동물권에 대해 천천히 한 계단씩 조금씩 자신의 글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번 책을 통해 "말이란 세계의 질서"라고 말하는 그는 부모의 자리에 '모부'를, 가부장의 자리에 '가녀장'을 넣으며 가부장제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대체했다.

넓어진 시야만큼 쓰는 글과 활동도 다양해졌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자 인터뷰를 해 글을 쓰고 인터뷰집을 출간했다. 일간지 칼럼을 통해서는 동물권과 기후위기에 대해 말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후원회장으로 참여해 본격적인 의회 정치 영역과도 가까워졌다.

"문학에서 이룰 수 없는 성취가 정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정치는 조금 더 문학적이었으면 좋겠고 문학은 좀 더 정치적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가녀장의 시대' 작가이자 헤엄 출판사 대표 이슬아가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 헤엄출판사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가녀장의 시대' 작가이자 헤엄 출판사 대표 이슬아가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 헤엄출판사에서 '작가만세'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22. [email protected]



일간 연재로 글 한 편을 500 원에 팔자 고상하지 않다 소리도 들었지만

"글쓰기는 가난한 집의 딸이 하기 좋은 예체능 장르라고 생각했어요."

창작자가 되고 싶은 이슬아에게 작가는 필연에 가깝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에서 할 수 있는 예체능 장르였고 지금은 전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가 개척한 작가의 길은 그의 동료와 후배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 됐다.

일간 연재로 글 한 편을 500 원에 파는 일은 고상하지 않다는 평가도 들었지만 그에겐 고상하지 않은 것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상인의 집안에서 자랐으니 본격적으로 값을 매기고 판매하는 것이 익숙했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길고 뿌리깊은 역사의 흐름을 명랑하게 거스르는 인물들을 앞으로도 쓰고 싶다"는 의지다. "가족으로부터 훌훌 해방되는 이야기 또한 꿈꾸고 있습니다. 사랑과 권력과 노동과 평등과 일상에 대한 공부는 끝이 없을 듯합니다."

'가녀장의 시대'는 용맹하게 운명을 바꾸어 나가는 이슬아의 눈부신 시작을 보여준다. 또 생계를 책임진 딸들에 '장군 말고 장녀'의 영광을 돌리며 당당하게 선언한다.

“바야흐로 가녀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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