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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열전⑥]질문할 수록 적자? '수익화' 관건…韓 AI 생태계의 숙제

등록 2023.10.03 12:00:00수정 2023.10.03 12: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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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거대 AI에 조 단위 투자했지만…"제로 마진"

기업 시장서 수익모델 찾는다…클라우드 서비스

민간 기업 자금력 한계…정부 지원 필요성 커져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초거대 인공지능(AI) 서비스 공급 기업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제로 마진이다." 네이버의 초거대 AI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랩 소장의 고충이다.

"초거대 AI 기술 개발 및 서비스에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자금이 더 필요하다." 카카오의 AI 연구 기술 자회사이자, AI 사업 전초기지인 카카오브레인의 김형래 부사장이 전한 호소다.

초거대 AI, 잠재력 크지만…기업 수익 창출 관건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가 최근 발간한 '생성형 AI의 경제적 잠재성'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매년 최대 약 5731조원(4조4000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생성형 AI에 투자한 기업 대부분이 수익 실현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AI가 학습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인프라 등이 필요하다.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오픈AI가 챗GPT를 운영하는데 하루 최대 70만달러(약 9억원)의 비용을 감당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챗GPT의 경우 사용자 질문당 몇 센트의 비용이 든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여서 개인용 서비스 시장에선 수익 실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GPT-4는 기존 GPT 모델보다 15배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픈AI는 GPT-4를 유료 구독 서비스로 선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지난 3월 AI 챗봇 '다다음(ddmm)'을 시범 서비스로 선보인지 하루 만에 중단했다. 1만 3000명이 단숨에 몰리면서 비용 부담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네이버도 AI 챗봇 '클로바X'를 일부 사용자에게만 시범 공개했고, AI 챗봇 'AskUp(아숙업)'을 개발한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도 하루 사용량에 제한을 걸어두고 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에 참석해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9.1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에 참석해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9.13. [email protected]


K-AI 생태계 구축에 조 단위 투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초거대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는 매출의 22%를 R&D에 투자한다. 특히 최근 5년 간 AI에 대한 네이버의 누적 투자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했으며, 최근엔 이를 능가하는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였다. 네이버는 이미 50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과 함께 AI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초거대 AI 보유국 중 자체 생태계가 만들어진 나라는 한국, 미국, 중국 뿐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에 2018년 1월부터 지금까지 5년 간 1700억원을 투입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카카오브레인이 결정한 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00억원은 이미 납입했고, 나머지 300억원은 10월 19일 추가 납입할 예정이다. 이 자금은 카카오가 연내 공개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초거대 AI 'Ko(코)GPT 2.0' 개발을 위한 운영 자금으로 쓰일 전망이다.

KT 역시 2027년까지 초거대 AI 원천기술 개발에 4조원, AI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 인프라 고도화에 2조원, 로봇·교육·케어 등 AI 신사업 발굴 및 고도화에 1조원 등 총 7조원 규모의 AI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도 AI 사업을 발판 삼아 2028년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AI 관련 투자 비중을 과거 5년 대비 3배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AI인프라, AIX, AI서비스 등 3대 영역을 중심으로 산업과 생활 전 영역을 혁신하는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26일 서울 중구 T타워 수펙스홀에서 SKT AI 사업전략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AI를 중심으로 자체 경쟁력 강화와 전방위 협력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2023.09.26.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26일 서울 중구 T타워 수펙스홀에서 SKT AI 사업전략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AI를 중심으로 자체 경쟁력 강화와 전방위 협력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2023.09.26. [email protected]


우선 공공·기업 시장서 수익모델 찾는다

수익 창출이 최우선 과제인 기업 입장에선 막대한 AI 투자 비용을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먼저 생성형 AI 서비스의 수요가 나타나고 있는 분야는 정부 부처, 공기업, 금융기업 등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나, 국내 대형 제조사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AI의 수요도 생기고 있다. 정부도 올해 공공 수요를 연계한 초거대 AI 활용 예산으로 110억원을 편성했다.

이에 발 맞춰 SK텔레콤은 우선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에서 추진 중인 LLM 기반 시범 사업과 본 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또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LLM 기반 서비스 구축 프로젝트도 개별 고객사와 함께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기업·공공용 ‘생성형 AI 시장’ 공략을 위한 ‘멀티 LLM(Large Language Model)’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업 및 공공기관 등의 요구에 맞춰 대화 및 고객센터 등 통신사 기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체 개발해온 에이닷 LLM과 윤리적 답변 및 대용량 텍스트 입력에 강점이 있는 엔트로픽의 LLM, 한국어 데이터가 풍부한 코난 LLM 등을 조합해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위한 기술 및 사업적 준비를 진행 중이다. 한국어 기반의 에이닷 LLM은 8월부터 엔터프라이즈용 기본모델(Foundation Model)을 출시하고 고객사 대상 모델을 학습시키는 등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KT는 생성형 AI 사업의 구심점이 될 파라미터 2000억 개 이상인 LLM '믿음'을 연내 공개할 예정이며 이를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믿음'을 물류, AI컨택센터, 교육, 헬스케어, 로봇에 적용한 상용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네이버 역시 우선적으로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수익화를 예상하고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대화형 AI 챗봇 '클로바 X'를 내외부 서비스와 연동해 챗GPT와 같이 누구나 쉽게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강력한 보안과 자체적 생성형 AI 구축을 원하는 기업 고객을 위한 완전 관리형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인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도 공개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 총괄은 "실질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B2B 부문에서 많이 구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파라미터 경쟁보다 합리적 비용에 초점을 맞춘 '코GPT 2.0'을 준비 중이다. 대규모·고성능의 AI 모델은 개별 기업이나 사용자의 이용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는 판단 하에 가성비 전략을 취한 것이다. 현재 카카오는 합리적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파라미터 기준 60억·130억·250억·650억 개 등 다양한 크기의 모델을 점검하는 중이다. 코GPT 2.0을 카카오톡 사용자와 사업자들에게 우선 무료로 개방한 후, 카카오톡 비즈니스 서비스인 주문, 예약, 상담, 결제 등과 접목해 수익 구조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S는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LLM 제품군을 자사 클라우드에 올려 국내 기업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사업 경험으로 축적된 업종 전문 지식과 삼성클라우드플랫폼을 기반으로 높은 보안성을 보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브라이틱스AI와 업무 자동화 툴인 RPA 등을 전면에 내세워 기업 시장을 공략한다.

[서울=뉴시스] KT가 6월 21일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객 중심의 맞춤형 AI 서비스인 AI로봇, AI케어, AI교육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사진=K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KT가 6월 21일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객 중심의 맞춤형 AI 서비스인 AI로봇, AI케어, AI교육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사진=K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프라 투자도 적극…'생성 AI' 클라우드로 판다

국내외 AI 기업들은 B2B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자사 클라우드 생태계에서 고객사의 혁신을 촉진하고 서비스를 가속화하기 위한 생성형 AI 기반 기술들을 담고 있다.

클라우드는 LLM이 요구하는 ▲실시간 데이터 처리 ▲강력하고 확장성이 뛰어난 컴퓨팅 기능에 최적화된 솔루션과 플랫폼을 제공한다. 향후 AI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기반 동력으로 꼽힌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최근 구글 클라우드 행사에서 "AI를 지원하는 기술은 구글과 같은 빅테크의 향후 10년 발전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갈림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도 초거대 AI 구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LLM의 대규모 연산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초고속·저전력 AI반도체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고도화는 클라우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어서 활용 가치가 높다.

이에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삼성SDS 등 국내 기업들도 안정적인 AI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국내 클라우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K-클라우드 프로젝트’ 1단계 사업에 착수했다.

KT는 반도체·클라우드 등 인프라부터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LLM 응용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AI 풀스택'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AI 연산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 '모레'에 2021년 40억 원에 이어 올해 7월 150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또 자사 클라우드에 리벨리온의 AI 반도체인 NPU(신경망 처리장치) 등 AI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카카오도 첫 자체 데이터센터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본격적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연면적 4만7378 제곱미터의 하이퍼스케일(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규모로 총 12만대의 서버를 보관할 수 있다. 저장 가능한 데이터량만 6EB(엑사바이트)에 달한다.

네이버는 이미지·영상·음성을 지원하는 멀티모달로 진화할 자체 LLM '하이퍼클로바X'와 생성형 AI 서비스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60만 대의 서버를 수용하는 신규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연내 준공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민국 인공지능 도약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09.13.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민국 인공지능 도약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09.13. [email protected]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인 'K-AI 생태계' 구축 한계

이미 글로벌 AI 패권 경쟁은 시작됐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지만, 자금 규모에서 밀리는 게 현실이다. 이에 산업계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랩 소장은 "초거대 AI 사전훈련을 위해서는 강력한 컴퓨팅 인프라가 필수"라며 "개별 기업에서 세트당 수백억~천억원 이상의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도입하고 있으나 투자 규모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하 소장은 "공공 활용을 전제로 민간 클라우드 기업에 초거대 AI 사전학습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험이 많은 민간 클라우드에 위탁 운영하는 형태의 공동투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자국 AI를 위해 소프트뱅크에 550억원을 현금 투자한 사례를 제시했다.

특히 하 소장은 공공분야 초거대 AI 활용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올해 공공 수요 연계 초거대 AI 활용 예산으로 110억원을 편성했지만, 모델 활용 뿐 아니라 데이터 구축, 가공, 어플리케이션 개발까지 고려하면 최소 수백억원의 비용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스타트업들이 공공 분야 초거대 AI 활용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초거대 AI 활용 및 서비스 시장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래 카카오브레인 부사장은 "초거대 AI를 학습시키려면 엄청나게 많은 GPU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정부의 지원을 받은 초거대 AI 기업이 스타트업에게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든다면 스타트업과 윈윈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기업들의 정부 지원 촉구에 우호적인 입장을 전했다. 윤 의원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사용료 부담이 크다. 국내 초거대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비용 문제 등을 지원해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개별 클라우드 사업자에게만 지원을 맡길 게 아니라, 국가에서도 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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