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숙, 현대로 소환한 '엘렉트라'…총 든 여전사로 탈바꿈
【서울=뉴시스】 한태숙 연출
동명 그리스 고전이 바탕으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와 어머니의 정부를 살해하는 엘렉트라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소포클레스와 동시대를 산 아이스킬로스나 에우리피데스뿐 아니라 유진 오닐과 같은 현대 극작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다시 쓰여졌다. 수많은 영화와 오페라로 변주됐다.
'연극계 대모'로 통하는 연출가 한태숙(68·극단 물리 대표)은 '엘렉트라'를 그리스 시대가 아니라 동시대로 옮겨온다. 긴 속눈썹을 가진, 거대한 비극 앞에서 철저하게 가련한 여성이 아닌, 총을 든 게릴라 여전사로 변주한다.
한 연출은 18일 오후 서울 예장동 남산창작센터에서 "‘엘렉트라'를 하기로 정하면서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다"면서 "현실감 있게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연출은 40년 동안 다양한 작업을 해왔지만, 여성 중심의 서사를 펼쳐낼 때 특히 강점을 보였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 창극 '장화홍련', 아동극 '엄마이야기' 등이다.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객관적이면서도 뜨겁게 다룬 연극 '하나코'가 그 마천루에 있다. 지난해 이 작품으로 '2017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을 받았다.
한 연출은 "아직도 여성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자 한 것을 고려해서 상을 준 듯하다"면서 "'엘렉트라'로는 색다른 관객을 만나고 싶다. 되풀이되는 기존의 작업이라기보다는 더 그로테스크하게 다가가서 우리 현실을 바라보게 만들고 싶다"고 바랐다.
【서울=뉴시스】 장영남(왼쪽)과 서이숙
고 작가는 "여성성이라는 것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두려고 한다. '엘렉트라'에서는 본능에서 벗어날 수 없거나 벗어나거나, 이용하기도 하고, 투쟁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층위에서 다루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여성성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에게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지, 개인의 정의가 모두의 정의가 될 수 있는 고민하려 했다. 거기에 여성성의 문제가 어떻게 개입이 될는지는 각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단테의 신곡' '세일즈맨의 죽음' '1984' 등 다양한 고전의 변주에서 한 연출과 호흡을 맞춰온 고 작가는 "한 선생님은 고전을 의심한다. 회의로 기조를 시작해서 나 역시 한발 더 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 연출은 작품을 통해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싶다.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메시지로 가고자 해요. 말로 할 때 정의의 신선함은 없어지거든요." 26일부터 5월5일까지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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