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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무심코 던진 돌, 그속의 묵직한 질문…연극 '소년이 그랬다'

등록 2021.05.31 18: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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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소년이 그랬다'의 배우 이문식과 남수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1.05.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연극 '소년이 그랬다'의 배우 이문식과 남수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1.05.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무대 위 두 소년이 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시시덕거리는 두 소년은 순간의 장난으로 두려움에 떨며 형사와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소년은 형사가 되고, 형사는 소년이 된다. 1인2역으로 순식간에 아이와 어른의 얼굴을 오가는 두 배우만으로도 무대가 꽉 채워진다.

연극 '소년이 그랬다'는 호주에서 청소년들이 고속도로에서 던진 돌에 트럭 운전자가 숨진 실화를 극화시킨 원작 '더 스톤즈'를 한국 현실에 맞게 재창작한 작품이다.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고 장난을 치며 육교 위에 올라간 중학생 '민재'와 '상식'은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의 무리인 폭주족을 향해 장난삼아 돌을 던진다. 그 돌에 지나가던 자동차 운전자가 숨지게 되고, 두 소년은 당혹감을 안고 현장에서 달아난다.

사건을 수사하는 두 형사 '정도'와 '광해'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막이 올라간다.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었던 두 배우는 점퍼의 지퍼를 내리는 순간, 어른의 얼굴인 형사로 돌변한다.
[서울=뉴시스]연극 '소년이 그랬다'의 배우 이문식과 남수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1.05.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연극 '소년이 그랬다'의 배우 이문식과 남수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1.05.18. [email protected]

소년들이 무심코 던진 돌에서 시작된 사건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촉법소년 등 사회적 이슈는 물론 그 이면을 짚으며 사건을 다각도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관점의 차이를 보이는 두 형사는 언성을 높이며 서로에게 묻는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숨진 사람이 네 아버지라 해도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무죄라고 할 수 있느냐", "그 돌을 던진 아이가 당신의 딸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충돌하는 두 질문은 결국 관객에게 향한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개소 10주년을 맞아 다시 무대에 오른 '소년이 그랬다'는 2011년 현실을 반영한 초연 작품 그대로를 살렸다.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연출을 맡은 남인우 연출가는 지금의 한국 현실에 10년 전 질문을 다시금 던져보고 싶다고 했다. 유행을 타는 10대의 언어 등 옛 흔적도 보이지만, 10년이 흘렀어도 질문의 유효기간은 지나지 않은 듯하다.

70분의 극은 배우들이 소년과 형사를 오가는 속도처럼, 빠르게 흘러가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관객석을 양옆에 둔 무대의 모든 공간을 쉴 틈 없이 뛰어다니고 아낌없이 활용하며 생동감을 전한다. 인생 첫 위기에 직면한 소년들의 불안한 심리도 세밀하게 그려냈다.
[서울=뉴시스]연극 '소년이 그랬다'의 배우 이문식과 남수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1.05.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연극 '소년이 그랬다'의 배우 이문식과 남수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1.05.18. [email protected]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온 이문식은 반가움을 더한다. 50대의 이문식은 유치하면서도 거친 말투부터 좀처럼 쉬지 않고 달음질하는 소년으로 변신한다. 사고 이후 공포에 질린 10대의 얼굴을 보이다가도 그를 날카롭게 취조하는 40대 형사로 빠르게 전환한다.

이문식과 호흡을 맞추는 남수현도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호연을 펼친다. 또 다른 팀의 소년과 형사는 배우 윤동원, 김우진이 맡았다.

'소년이 그랬다'는 6월13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12세 이상 관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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