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북한 지명 '사리원' 상표로 독점 사용 안 된다"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북한 황해도의 대표 지역인 '사리원'은 널리 알려진 지리적 명칭으로 이를 사용한 상표를 독점하는 것은 안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리원불고기 대표 라모씨가 사리원면옥 대표 김모씨를 상대로 낸 등록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북한 황해도에 있는 대표 지역인 사리원이 상표법상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리원은 조선시대부터 교통의 요지로 알려졌고 1947년 시로 승격, 1954년 황해도가 남북으로 나뉘면서 황해북도의 도청 소재지가 됐다.
재판부는 "상표법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어느 특정 개인에게만 독점사용권을 주지 않으려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며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란 일반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을 뜻하고 판단 기준 시점은 원칙적으로 상표 등록 여부 결정 시"라고 밝혔다.
이어 "사리원은 조선 시대부터 유서 깊은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를 거쳐 그 후에도 여전히 북한의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라며 "등록서비스표 중 '사리원' 부분은 등록결정일인 1996년 6월 당시를 기준으로 일반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라씨는 냉면전문식당인 사리원면옥을 운영하는 김씨를 상대로 "'사리원'은 북한 황해도 지역의 도시 이름으로 옛 상표법상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그 등록이 무효가 돼야 한다"며 이 소송을 냈다. 그는 서울 등에서 사리원 이름을 넣은 불고기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김씨는 "등록서비스표 결정일인 1996년은 남북 분단 이후 이미 50여년이 경과한 시점으로 당시 일반 수요자에게 즉각적인 지리적 감각을 전달하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사리원면옥은 지난 1996년 6월 서비스표 등록이 결정됐다.
특허법원은 사리원면옥 상표가 등록된 1996년 당시 국내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널리 알려진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리원이 국내 초중고 교과서에 언급되고 있고 적지 않은 신문기사가 검색되는 사정은 일반 수요자가 지명을 인지할 수 있는 경로가 될 수 있지만 실제 지리적 명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양측이 실시한 인식 조사에서도 일반 수요자의 낮은 인지 정도만 확인돼 지명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