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 피의자 얼굴은 왜 가렸나…신상정보 공개 논란
김성수 신상공개, '노래방 살인' 변경석 이후 두 달 만
특강법 근거, 강력범죄·공공이익 보호 등 요건 충족시
강호순 사건 계기로 도마, 2010년 4월 관련 법 개정
기준 모호 논란…원영이 사건 피의자 등 공개 안 해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지난 17일 강남역 부근에서 묻지마 살인을 벌인 김 모(34)씨 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9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를 나와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2016.05.19. [email protected]
김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 수가 84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적 공분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경찰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지난 8월 노래방에 온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변경석(34) 이후 약 2달 만이다. 변경석은 8월10일 오전 1시15분께 자신이 운영하는 안양의 노래방에서 손님 A씨(51)와 실랑이를 벌이다 A씨의 목부위를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해 과천 서울대공원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이른바 '어금니 아빠’로 불린 이영학(36)의 신상 정보가 공개됐다.
경찰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제8조의2에 따라 특정한 요건을 모두 갖춘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해당하는 요건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피의자가 죄를 저질렀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 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것 등이다.
흉악범의 신상공개에 대한 논란은 2009년 1월24일 검거된 연쇄살인범 강호순(49) 사건을 계기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관련 조항이 없었음에도 언론을 통해 강호순의 얼굴과 신상이 공개되면서 명확한 기준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경찰은 2010년 3월 부산 여중생을 납치 살해한 김길태(41) 사건 당시 사안별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된 것은 2010년 4월15일이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 씨가 치료감호소로 이동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18.10.22. [email protected]
이후 2012년 4월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범 오원춘(48), 2014년 11월 '제2의 오원춘’으로 불린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의 주인공 박춘풍(59), 2015년 경기 시흥시 토막살인범 김하일(50), 2016년 안산 방조제 토막살인범 조성호(32), 2017년 10월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의 김성관(35) 등 흉악범의 신상도 공개됐다.
그러나 피의자 신상 공개 기준의 모호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2016년 '수락산 살인' 피의자인 김학봉(63)의 얼굴과 실명이 공개된 가운데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36)씨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두 사건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살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음에도 피의자 신상 공개에 대한 경찰의 판단이 달라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6년 초 아들의 시체를 토막 내 냉동실에 보관한 '부천 토막 살인사건'의 피의자와, 7세 아들을 학대한 끝에 숨지게 한 '원영군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대중적 요구가 빗발쳤음에도 경찰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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