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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판단 가를 쟁점…태아 생명권 vs 여성 결정권

등록 2019.04.08 17: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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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2시 형법269조 등 헌법소원 심판

태아 생명권 보호 vs 임부 자기결정권 보호

2012년엔 재판관 4대 4로 의견 팽팽…'합헌'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19.03.30.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19.03.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오는 11일 낙태죄 처벌이 합당한지 여부에 대한 답을 다시 내놓으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태아를 생명권의 주체로 인정할지 여부에 따라 낙태죄를 둘러싼 헌재 결정은 갈릴 전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선고기일을 연다.

앞서 의사 A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임신중절수술을 한 혐의(업무상 승낙 낙태 등)로 기소됐다. A씨는 1심 재판 중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7년 2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형법 269조 1항에 따르면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같은법 270조 1항은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약종상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얻어 낙태하게 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모자보건법 14조에 따르면 의사는 대통령령에서 정한 정신장애 및 질환이 있거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이 불가한 혈족·인척간 임신, 임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만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다. 단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다.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 등을 토대로 해당 법조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할 예정이다.

낙태죄 처벌을 반대하는 측은 태아를 별개의 생명권 주체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체에 의존하는 만큼 동등한 수준의 생명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낙태 처벌 조항이 여성의 임신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건강권에도 반한다는 입장이다. 원치 않는 임신이나 출산 부담을 여성에게만 부과해 평등권도 침해한다고 봤다.

또 현실적으로 낙태죄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만큼 태아나 임부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모자보건법에서 규정한 처벌 예외 범위도 지나치게 좁다고 했다.

의사낙태죄 처벌 조항도 일반인이 낙태 수술을 하는 것보다 그 위험도가 낮은데 의사만 가중처벌 하는 건 평등원칙에 반하고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낙태죄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3.20.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낙태죄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3.20. [email protected]

처벌에 찬성하는 입장은 태아도 별개의 생명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장차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성장 단계나 출산 여부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없다고 봤다.

또 태아의 생명보호는 사회가 지켜야 할 중요한 공익이고, 낙태 행위를 처벌하지 않으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허용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낙태를 허용하는 것과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사낙태죄 조항은 생명 보호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의사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훨씬 커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7년 전인 지난 2012년 헌재의 판단은 재판관 4대4로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합헌 의견에서 재판관들은 태아를 성장 단계에 상관없이 생명권의 주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결국 중절 수술이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또 모자보건법에서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임신 초기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게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재판관 4명은 태아를 불완전한 생명체이므로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또 임신 12주까지 태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임신 초기 낙태는 위험성이 낮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와 함께 오히려 불법낙태로 임부 건강이나 생명이 위험해지는 사례가 있어 적어도 임신 초기에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일 선고에서 재판관 6인 이상이 처벌 조항에 반대 의견을 낼 경우 낙태죄에 대한 판단은 7년 만에 바뀌게 된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내려진다.

일각에선 현재 헌재에 진보 성향 재판관들이 다수 포진해있고 여성 재판관이 2명인 점 등을 들어 헌재 결정이 뒤집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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