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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부족 직격탄 맞은 광화문시민위…자성·불만 혼재

등록 2019.09.2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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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광장 재구조화 중단 선언 직전 시민위와 회의 진행

김원 위원장 "소통부족 지적 마음이 아프고 책임 통감했다"

일부 위원들 "교통문제부각, 본질훼손"…억울함 토로하기도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27일 중구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참여단 워크숍'에 참석한 시민참여단이 광화문광장의 조성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19.08.27.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27일 중구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참여단 워크숍'에 참석한 시민참여단이 광화문광장의 조성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19.08.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일시 중단를 선언하기 직전 시민소통창구인 '광화문시민위원회'와 내부회의를 가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시민소통의 1차 책임은 박 시장에게 있지만 공식적인 시민소통창구 역할은 광화문시민위원회가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 중단과 관련한 위원회 책임 또한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과 광화문시민위원회가 가진 마지막 회의 자리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물론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광화문시민위원회 전문위원 23명과 시민대표 2명 등 25명은 박 시장이 사업 일시 중지를 선언하기 3시간여 전인 19일 오전 8시부터 1시간30분여간 시청사에서 박 시장 등 서울시 고위공무원들과 회의를 열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향후계획과 의견수렴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지난해 7월 발족한 광화문시민위원회는 전문가 50명과 시민참여단 100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가 맡았고 부위원장은 김기호 서울시립대 도시대학원 교수였다. 분과별로 시민소통위원장은 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사관광위원장은 홍순민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문화예술위원장은 이동연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도시공간위원장은 함인선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였다. 시민참여단 100명은 평소 시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시민을 중심으로 무작위 추첨됐다.

당일 김원 위원장은 박 시장으로부터 오전 11시에 사업 일시 중지를 발표하겠다는 말을 들은 뒤 "시장님의 말씀에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에 대한 고뇌가 느껴졌고 정말 어려운 결단을 내리셨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차원의 비전을 갖고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쳐 사업을 추진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이 시민에게 더 사랑 받고, 더 많은 시민이 찾는 광화문광장 조성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광화문포럼부터 현 시민위원회까지 위원장을 맡으면서 대한민국의 얼굴과도 같은 광장을 100년이 지나도 온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전 세계적인 명소가 될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최근 소통 지적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마음이 아프고 책임을 통감했다"고 했다.

그는 "충분한 숙의와 시민의견 수렴을 과정에서 우리 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며 "더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위원회도 확대하고 위원회를 중심으로 시민단체, 시민, 지역주민 등을 아우르는 소통 프로세스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자 위원들도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A 위원은 "공사과정에서 시민들이 공사의 과정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B 위원은 "비전에 대한 시민설명에 부족한 면이 있었다"며 "인문학적 이유와 필요성을 담은 공간비전, 공간 변화의 이유와 효과 공유, 그리고 조성 후 활용방안 등에 관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 위원은 "소통에는 전략이 필요하며 100점짜리 답안이면 좋지만 안되면 80점짜리 안을 갖고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수정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민에게 정해진 답을 이해시키려는 설득이 아니라 서로 함께 답을 찾아가는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D 위원은 "시민의 범위는 광범위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광장 사업에 대한 관심의 차이도 다르기 때문에 누구와 소통해야하는지 타깃 설정이 필요하다"며 "어떻게 공감을 얻어 내고, 시민의 다양한 요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시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 위원은 "소통에 대한 서울시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최초 광화문포럼에서 논의한 광화문광장이 현재는 많은 부분 의미와 가치가 희석된 면이 있다"며 "이는 서울시와 시민위원회가 외부와의 소통, 공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의 이슈와 쟁점이 무엇인지 밖에서도 알 수 있게 하는 소통구조가 필요하다. 쟁점에 대해 온라인 논의의 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화문시민위원회의 활동과 재구조화사업이 폄하됐다며 억울해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F 위원은 "광장 자체보다 교통문제가 더 크게 부각됐다"며 "지난해 8월부터 교통대책위원회를 운영하면서 현재 마무리 단계인데 교통 혼잡이 우려할 만큼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G 위원은 "광장 논의가 처음에는 역사에서 시작했지만 논의가 진행되면서 공간구성, 교통으로 집중됐고 사업을 왜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은 사라졌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H 위원은 월대 논란과 관련, "월대라는 지엽적인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월대를 복원하기 위해 차로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4대문 안의 차로를 줄이고 보행성을 강화하는 서울시의 전반적인 교통체계 개편에서 월대를 복원할 수 있는 계기와 여지가 생긴 것"이라며 "역사와 교통에 대한 서울시의 비전을 연계해 보여주면서 시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 위원은 "광화문광장의 철학은 명확하다"며 "첫째, 역사도시인 서울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둘째 보행성을 높이고 일상적 공공 공간 이용이 자유로운 인간적인 도시가 돼야 하고, 셋째 서울을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광화문시민위원회가 이처럼 엇갈린 목소리를 낸 가운데 박 시장과 서울시가 어떤 의견수렴 방식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지난 23일 "우선 시민참여단을 확대하고 시민 참여방식도 전면공개 방식으로 전환해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며 "또 반대의견을 표명한 시민단체를 광화문시민위원회에 포함시키고 학회 전문가도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만들겠다. 온라인 공론장을 운영해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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