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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시리아 철군, IS·러시아·이란에 어부지리 안겨"미 전문가들

등록 2019.10.08 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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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뉴시스】 7일 시리아 동북부 접경지에 주둔하던 미군의 군용 차량들이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군의 시리아 국경 진입을 위해 미군의 주둔지 철수를 결정했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사진은 미군의 북부 철수로 큰 위기에 빠진 시리아 쿠르드 무장조직 SDF의 하와르 통신(ANHA)이 제공했다. 2019. 10. 7.  

【AP/뉴시스】 7일 시리아 동북부 접경지에 주둔하던 미군의 군용 차량들이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군의 시리아 국경 진입을 위해 미군의 주둔지 철수를 결정했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사진은 미군의 북부 철수로 큰 위기에 빠진 시리아 쿠르드 무장조직 SDF의 하와르 통신(ANHA)이 제공했다.  2019. 10. 7.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군 철수로 인한 힘의 공백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 이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게 어부지리를 줄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은 인용해 "(미군 철수는) 지난 8년간 진행된 시리아 내전의 방향을 뒤바꿀 수 있다"면서 "(미군과 함께 싸운) 쿠르드족 민병대를 배신하는 것이자 터키의 영향력 확대를 돕는 것이며 러시아, 이란, IS, 시리아 정부군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힘의 공백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위기그룹(ICG) 시리아 분석가인 다린 칼리파는 "미국은 자신이 가진 마지막 지렛대를 그냥 던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쿠르드족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주축이 된 반군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은 IS 축출 이후 시리아 북동부에서 이란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와 이슬람 극단주의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SDF의 장악력이 약화되면 시리아 정부군과 그 후원자인 러시아와 이란의 시리아 북동부 재점령이 용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YPG를 자국내 쿠르드족 분리주의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로 여기는 터키가 SDF를 공격해 이 지역에 힘의 공백이 생기면 IS가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도 칼리파는 지적한다.
 
미국 외교당국자들은 최근 몇달간 시리아 국경을 넘어 YPG를 공격하겠다는 터키를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백악관은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 직후 터키군이 시리아에 진입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 작전을 지지하거나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상 입장을 선회하는 발표를 했다.
 
실제 미군은 7일 터키 접경지역인 시리아 텔아비야드와 리스 알 아인에 위치한 관측소 2곳에서 철군했다. 터키 언론들은 터키군이 조만간 이 지역에 진입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SDF는 같은날 성명을 내어 "터키군이 침입하면 IS 잔당에 맞서 남부지역에서 작전 중인 병력을 이동시켜 대항할 것"이라면서 "(SDF가) 대(對)IS 작전을 포기하면 지난 몇년간 달성한 안정이 모두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르드족은 수만명에 달하는 IS 포로와 그 가족들을 수용하는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
 
브렛 맥거크 전 국무부 IS 격퇴 담당 특사도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와 한차례 통화한 뒤 러시아와 이란, IS에 선물을 안겼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과 SDF간 연합을 주도한 인물로 지난해 미국의 시리아 철군 방침에 반발해 사임했다.
 
NYT는 한때 시리아 내전의 최대 승자로 꼽혔던 쿠르드족은 미국이 지원을 줄인다면 다른 동맹이 없기 때문에 아사드 정부와 타협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그것도 터키로부터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CNN도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기로 한 결정은 미국 외교 정책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면서 "터키가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쿠르드족 민병대를 공격해도 된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추구했던 거의 모든 목표를 파괴하는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도 했다.
 
CNN은 "(IS를 막아왔던) 쿠르드족이 터키군과 싸우기 위해 북진하면 IS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시리아 사막에서 다시금 힘을 얻을 것"이라면서 "쿠르드족이 고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IS 수용소에 대한 치안 유지 활동은 최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군 철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선물을 안기는 것"이라면서 "미군이 철수하면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은 쿠르드족과 정치적 타협을 하거나 우월한 화력으로 진입하는 것 사이에서 손쉬운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CNN은 "시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미군은 수는 적지만 이란의 확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미군 철수는) 이란에 이라크와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내 친(親)이란세력까지 연결되는 통로를 열어줌으로써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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