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유고 시 핵무기 통제력 상실 우려도…美 일각 제기
미 합참 차장 "김정은 핵무력 완전 통제" 강조
한미 군 정찰자산 연일 북한 상대 통태 파악
양욱 "왕정국가 북한, 핵전력 분권화 어려워"
[파주=뉴시스]박주성 기자 = 일부 외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중국의 대북 의료진 파견설을 보도하는 가운데 26일 오전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측 기정동 마을이 보이고 있다. 2020.04.26. [email protected]
한미 정부가 이처럼 김 위원장이 여전히 권력을 장악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은 자칫 김 위원장 유고 사태가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통제력 상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군부의 반응에서는 김 위원장 개인보다는 핵무기 통제력 상실을 우려한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존 하이튼 미국 합참 차장은 22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언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북한에서 완전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전히 북한 핵무력과 군대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미국 군 서열 2위인 하이튼 의장이 이처럼 자신 있게 말하긴 했지만 미군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27일 RC-12 3대, E-8C 조인트스타즈 1대, EO-5C 크레이지 호크 1대 등 정찰자산을 한반도 상공에 투입하며 김 위원장과 북한군의 동태를 살폈다.
[워싱턴=AP/뉴시스]2019년 4월11일 미 합참 부의장으로 지명된 존 하이튼 미 전략사령부 사령관이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그는 9일(현지시간) 미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서 400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자 국방부 지도자들은 더 많은 미 해군 전함들이 코로나19로 타격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4.10
한미 공군은 20일부터 24일까지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우리 공군의 F-15K와 KF-16 전투기, 주한미군 공군의 F-16 전투기 등이 참여했다.
우리 공군 공중전투사령부(공중전투사)도 27일 동해상에서 유사시 공중우세 확보와 적 도발 의지 억제를 위한 공격편대군훈련을 실시했다. F-15K, KF-16, FA-50 등 전투기 20여대가 대레이더미사일 AGM-88을 활용해 적 방공망을 제압한 뒤 공대공미사일 AIM-120, AIM-9, 공대지 무장 AGM-142, GBU-31 등으로 가상의 적기와 적 핵심군사시설을 무력화하는 훈련을 펼쳤다.
이처럼 한미 양국이 북한을 압박하고는 있지만, 김 위원장 유고로 인한 권력 구도 변화와 이 와중에 나타날 수 있는 불확실성까지 완전히 제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호전적인 북한 군부가 핵무기 통제권을 가질 경우 자칫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북한은 핵탄두를 30기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핵탄두를 실을 각종 미사일 역시 수차례 시험발사를 통해 개발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전직 외교안보 관료들 역시 우려를 숨기지 않는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이날 미국의소리 방송(VOA)에 "이전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보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보다 더 주목되는 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핵을 보유한 나라의 지도자 신변에 이상이 생긴다면 이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역내 모든 나라들도 우려할 상황이 올 것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IISS) 연구원도 VOA에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열핵폭탄 무기를 시험한 사실을 감안할 때, 북한 내 무기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등 역내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들에 아는 것이 미국의 국익"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가 9월 16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진행된 IRBM(중거리급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공개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우리의 최종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화성-12형의 전투적 성능과 신뢰성이 철저히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2017.12.29.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29일 뉴시스에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일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핵 운용 면에서 초보적인 국가에는 신경을 쓴다. 인도나 파키스탄은 핵 보유와 운영을 한 지 꽤 됐지만 북한은 이제 초보 단계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도 "북한이 핵 무력을 개발했다고 하지만 핵탄두 양산 단계라고 보긴 어렵다. 또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의 실전 배치와 부대 형성이 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무기체계로 조합돼서 이른바 핵 태세를 갖추지는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만에 하나 한두 개라도 실전 배치돼있는데 이게 통제가 안 되는 경우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북한처럼 왕정 국가적, 권위적 지휘체제를 가진 쪽은 핵전력을 분권화하기 어렵다"며 "중앙 집권화해서 강한 통제력을 가져가려는 게 북한 정권의 습성"이라고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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