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도 징벌적 손배' 논란…"진짜랑 어떻게 구분?"
가짜뉴스 최대 5배 배상…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조계 "표현 자유 위축", "도입은 신중해야"
학계 "가짜뉴스 개념 정립 어려운데 앞서 가"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지난해 10월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출입문 앞에 포토라인이 붙어있고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2019.10.01. [email protected]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반사회적인 위법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 이상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한다.
언론사도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짜뉴스, 허위정보 등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위법행위에 대한 현실적인 책임추궁 절차나 억제책이 미비한 실정"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가짜뉴스'의 개념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지 못할 경우 고소 남발 등 악용의 여지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손지원 변호사(오픈넷)는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 자체를 정의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가짜뉴스를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언급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법무부 입법 예고안에는 고의뿐만 아니라 중과실도 포함된다"고 했다. 고의적인 허위 보도가 아닌 과실에 의한 보도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도 "언론사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며, "다만 표현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을 가져올 수 있는 규정 도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악의적'이 무엇인지, '가짜'가 무엇인지, '뉴스'가 무엇인지 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뜻이 광범위하게 될 수 있고 좁게 될 수도 있다"며 "의미에 대한 판단이 모호해지면 표현 자체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언론학계 일각에서도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 정립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불명확한 개념을 토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할 경우 공인에 대한 의혹 제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가짜뉴스와 오보의 개념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법무부 입법 예고는) 앞서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뉴시스DB. (사진=도이체 벨레) 2018.04.27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가짜뉴스의 정의에 대한 여러 이론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다면 사회적 비용이 클 수 있다"며 "언론이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사전적으로 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법무부가 전날 입법 예고한 법률안은 상법 개정안과 집단소송제 제정안이다. 상법 개정안의 경우, 상인이 이윤 획득을 위해 악의적으로 위법행위를 한 경우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배상액은 손해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되도록 했다.
법안에서 상인은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자 및 회사를 의미한다. 언론사도 영업활동을 하는 상법상 회사이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법무부는 집단소송이 가능하게 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도 입법 예고했다. 집단소송은 일부 피해자가 대표 당사자로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하면 모든 피해자에게 효력이 미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집단소송은 주가조작이나 허위공시 등 증권 분야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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