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희의 타로 에세이-6] 인류를 바꾼 두 개의 질문
[서울=뉴시스] 인류가 처음으로 받은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하나님이 정말 에덴동산의 그 어떤 열매도 따 먹으면 안된다고 하셨어?” 아마도 뱀에게 받은 질문이었을 것이다.
에덴동산 한가운데 선악과 나무와 생명의 나무가 있었다. 선악과 나무에는 유난히 탐스런 열매가 달려 있었다. 그 나무를 타고 올라가 뱀이 혀를 널름거리며 아담과 이브에게 한 질문이었다.
이때 뱀이 질문 대신 ‘선악과를 먹어도 너희는 절대 죽지 않아. 오히려 지혜로워져 하나님처럼 될 수 있어’라고 말했다면 이브는 선악과를 따먹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신이 인류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은 무엇일까?
“아담아, 너는 어디 있느냐?”
선악과를 먹고 아담이 나무 뒤에 숨어 있을 때 한 질문이었다.
이 두 가지 질문이 인류를 바꾸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선악과를 원문대로 해석하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게 하는 나무(에츠 다아쓰 토브 워-라(פרי עץ הדעת)’라고 한다. 뱀의 질문은 호기심과 의심을 유발하는 기폭제였고 지식의 시작이었다.
뱀으로부터 받은 첫 번째 질문이 실용주의와 물질문명의 토대가 되었다면, 신으로부터 받은 첫 번째 질문은 철학·예술·종교 등 정신적인 문명의 토대가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상상력만 과잉발달한 시인의 시각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며 ‘생각하는 갈대’가 되었다.
생각하지 않은 죄
그 대표적인 예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의 아돌프 아이히만이다. 그는 그 끔찍한 학살을 그저 ‘히틀러의 지시를 체계적으로 이행했을 뿐’이라고 말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에게 검사가 적용한 죄목은 ‘생각하지 않은 죄’였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운영한 아부그라이브 형무소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개가 포로를 물어뜯는 장면도 있었고, 발가벗은 포로로 인간 피라미드를 쌓은 모습도 있었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한 젊은 여군이 발가벗은 이라크 포로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세운 채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녀는 버지니아주의 시골 마을에서 고등학교를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며 월마트에서 일할 때도 ‘자랑스러운 직원’에 뽑힐 만큼 성실하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았다고 한다.
이런 소녀가 어떻게 그런 행동을 취할 수 있었을까?
이라크 전쟁을 취재해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에서 마이클 무어 감독은 나름 답을 제시하고 있다. 당시 병사들의 철모 안에서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불 질러 버려, 모두 죽여 버려’라는 내용의 노래였는데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병사들은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단지 상급자의 손짓에 따라서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도무지 생각이란 걸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두 개의 열쇠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타로에서는 배열 순서도 숫자나 제목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의 대리인인 교황이 인간인 3번 여황제와 4번 황제에 밀려 5번을 차지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당시 왕권이 교황권을 압도한 것을 나타낸다. 왕권에 교황권이 밀리다 보니 세속화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신의 대리인으로서 신성을 전파해야 하지만 또한 살아남기 위해 어느 정도 세속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래서 5번 카드의 키워드에는 세속과 숭고함 사이에서의 타협, 동맹, 주고받을 것이 있는 관계, 선택과 갈등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일 결혼이나 연애에서 이 카드가 나오면 순수한 사랑보다는 조건이 있는 또는 전략적인 결합을 의미할 때가 많다.
사제들이 묻고 있는 듯하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인가요?”
나도 묻고 싶다.
“어느 길로 가야 하나요?”
단상 밑에 2개의 열쇠가 유난히 눈에 띈다. 교황은 우리를 갈등으로 몰아넣는 뱀과 신의 질문 사이에서 열쇠를 2개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왼손에는 산중 십자가를, 오른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오른손을 불빛에 비춰보면 뿔 달린 악마의 표시가 그림자로 재현된다. 이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찾아준다.
▲조연희 '야매 미장원에서' 시인 [email protected]
※이 글은 점술학에서 사용하는 타로 해석법과 다를 수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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