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집행검' 거래도 하는데 P2E 왜 안될까…"업보 생각해야"
국내 게임사, 올해 신사업 분야로 블록체인·P2E 게임 등 낙점
게임산업법, '게임 재화→현금' 환전 업으로 삼는 행위 금지
'확률형 아이템' 사태 여전…유저 신뢰 못 얻으면 NFT도 요원
"P2E, 유저보다는 게임사가 돈 버는 구조…게임성 백업 필수"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의 실적이 연일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호실적을 낸 게임사들은 P2E 게임과 메타버스 등으로 성과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낸 회사들 또한 신사업을 통한 반등을 꾀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야심찬 P2E 게임 진출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이러한 신사업 영역은 모두 글로벌 시장이 중심이다. 국내에서 P2E 게임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 인식 개선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국내 전망은 사실상 매우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 발표회' 된 4분기 실적 발표…'3N'도 P2E로
국내 게임사 가운데 P2E 게임의 덕을 가장 톡톡히 본 위메이드 또한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위메이드는 P2E 게임 미르4 글로벌의 선전으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610억원(전년 대비 344%↑)라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에도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인 위믹스를 강화하고 블록체인 DeFi(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확대, 블록체인 및 메타버스 기업 투자 등으로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서울=뉴시스] 넷마블은 지난달 27일 진행한 제 5회 NTP에서 총 20종의 주요 개발 라인업에 블록체인·메타버스 관련 신사업 전략을 공개하며 올해 중 6종의 블록체인 게임 신작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넷마블 제공)
NC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지난해 11월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2022년 중 NFT와 블록체인이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운을 띄운 바 있다. 오는 15일 예정된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서비스되고 있는 대표작 '리니지'의 P2E 게임화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외에 네오위즈, 웹젠, 컴투스 등도 P2E 게임 개발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적어도 블록체인·NFT 사업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바다이야기' 악몽 여전…P2E, 유저-유저 현금 거래와는 달라
지난해 나트리스의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무돌삼국지)가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등급분류 결정 취소 통보를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무돌삼국지는 게임 내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현금화 가능한 코인을 지급하는 P2E 게임이다. 게임위의 통보 이후 무돌삼국지 측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끝내 국내 앱마켓에서 완전 퇴출됐다.
게임위는 P2E 게임의 사행성 우려를 들며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과도한 사행성과 중독성으로 파장을 낳은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바다이야기'의 악몽이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P2E게임과 바다이야기 모두 게임을 통해 얻은 재화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시스템이기에 동일하게 사행성 우려가 있다는 것이 게임위의 입장이다.
[울산=뉴시스] 지난 2009년 5월 울산 동부경찰서가 적발한 사행성 게임장(바다이야기). (사진=울산동부서 제공)/최창현기자 [email protected]
또 일각에선 MMORPG게임 등에서는 이미 게임 아이템과 같은 재화가 공공연히 현금으로 거래되고 있는데 P2E 게임만 엄격하게 차단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현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거래된다는 NC의 '리니지' 속 무기 '진명황의 집행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개인 간의 거래와 P2E 게임처럼 게임사가 직접 현금 거래를 주도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P2E 게임의 가장 큰 장벽인 게임산업법은 게임 재화 등을 환전,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業)'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게임 유저끼리 아이템 등을 현금으로 거래하는 행위는 '업'에 해당하지 않지만, 게임사의 현금 거래 관여는 환전 알선 등을 업으로 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P2E 게임, 제2의 '확률형 아이템' 될 수도…"게임사 NFT 어떻게 믿나"
거듭되는 논란에도 게임업계는 '영업 비밀' 등을 사유로 확률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확률형 아이템 습득률 표시 의무화 관련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 공청회에서도 여야가 확률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으나, 업계 측은 여전히 확률 공개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사례와 같이 게임사에 대한 유저들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현금 거래'를 사측이 주도한다는 것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을 수밖에 없다. P2E 게임이 국내에서 유통된다 해도 'NFT 가격도 사측에서 조작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나온다면 제2의 확률형 아이템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근본 원인은 게임사 과거 악행…게임성 없이는 P2E도 오래 못 갈 것"
위 교수는 "P2E 게임이란 건 결국 게임사가 돈을 버는거지 유저가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대표적인 미르4만 봐도 (게임사가) 아이템도 팔고 코인도 팔아서 이중으로 돈을 번다"며 "유저들은 아무리 해봐야 하루에 최저임금도 못버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의 아이템 거래소 플랫폼 EXD에서 약 9656만7728원에 거래된 아이템 '연리용검'. (사진=EXD 사이트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게임산업협회나 3N 등도 규제가 풀어질 거라는 기대가 적은지 예전처럼 강하게 밀어붙이진 않고 있다. 애초에 해외시장이 상당하니까 국내는 되면 좋고 안 돼도 조금 아쉽고 마는 그런 수준"이라며 "강력한 규제든, 유저들의 불신이든 결국 근본 배경은 그동안 게임회사들이 했던 악행과 업보들이 쌓여온 것인 만큼 국내에서는 관철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위 교수는 "P2E 게임이 아무리 'Earn'(수익)에 초점을 둔다 해도 게임성이 백업을 해주지 않으면 오래 버틸 수가 없다. 게임성이 없으면 그냥 새로운 모습의 채굴장이나 다름 없는 셈"이라며 "게임사들이 P2E 게임을 진짜 진지하게 다룰 생각이라면 돈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재투자해서 게임성을 높이는 등 수익을 유저들에게 공유해줘야 한다. 이건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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