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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독재자 아들 대선 승리 이유는…"SNS에 가짜뉴스 살포"

등록 2022.05.10 1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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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상원의원, 필리핀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

SNS 외 '왕조 정치' 복원도 선거에 영향

전문가 "필리핀, 마르코스 몰락 이후 민주주의 전환 실패"

[케손시티=AP/뉴시스]필리핀 케손 시티에서 지난 4월 13일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이 대선 유세 도중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2.05.09.

[케손시티=AP/뉴시스]필리핀 케손 시티에서 지난 4월 13일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이 대선 유세 도중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2.05.09.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필리핀 대선에서 독재자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64) 상원의원이 승리했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ABS-CBN 방송에 따르면 개표 97.68% 기준으로 전체 6700만명의 유권자 가운데 마르코스 상원의원은 3094만표를 얻어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1475만표)을 압도했다. 복싱 세계 챔피언 출신의 매니 파퀴아오는 361만표를 얻는 데 그쳤다.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과 같은 이름을 쓰는 그가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저비용·고효율 마케팅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르코스 선거캠프는 필리핀의 젊은 유권자들이 '마르코스 시대'의 암울할 과거를 알지 못한다는 점을 활용해 SNS에 가짜 뉴스를 쏟아 냈다.

마르코스는 선거운동 기간 대부분의 언론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으며 기자들의 질문도 무시했다.

그러나 유튜브에서는 마르코스 후보가 지난 3월16일 필리핀 북부 누에바 에시자 지방에서 유세를 벌였지만 무시당했다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2만30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AFP의 확인 결과 ABS-CBN을 비롯해 뉴스5 등 주요 매체가 유세 장면을 내보냈다.

친 마르코스 홈페이지들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독재를 폭력적이고 부패한 정권이 아니라 '황금 시대'로 묘사하려고 공을 들였다.

마르코스 홈페이지에는 그의 아버지 집권 기간 필리핀이 일본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부유했다는 게시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르코스가 정권을 잡은 1965년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은 아시아 5위였고 1985년에는 6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집권했다.
[케손시티=AP/뉴시스] 9일 필리핀 케손시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사용되는 학교 문이 열리자 우르르 몰려들고 있다. 필리핀 대선과 총선 투표가 시작된 속에 전 독재자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사전 여론 조사 결과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다. 2022.05.09.

[케손시티=AP/뉴시스] 9일 필리핀 케손시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사용되는 학교 문이 열리자 우르르 몰려들고 있다. 필리핀 대선과 총선 투표가 시작된 속에 전 독재자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사전 여론 조사 결과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다. 2022.05.09.

아버지 마르코스는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해 기업, 언론 등을 장악했으며 군과 경찰은 수천명의 반체제 인사들을 체포하고 고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패도 일삼았다. 그와 그의 아내 이멜다 마르코스는 약 100억 달러를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바른정부위원회(PCGG)는 이 가운데 30억 달러를 환수했다. 여전히 환수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마르코스 상원의원 선거운동 기간 페이스북에 게시된 동영상은 마르코스 정권 시절 자행된 인권유린을 왜곡했다.

국제엠네스티는 마르코스 독재 시절 보안군이 약 7만명의 반대자들을 살해, 고문, 성적 학대 또는 구금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동영상에는 독재자 마르코스가 국제엠네스티 관계자들이 필리핀을 방문한 적이 없으며 이 단체가 근거 없는 주장에 의존했다고 주장하는 화면이 나온다.

이 영상은 18만4000회 이상 시청됐다.

마르코스 상원의원이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배경에는 필리핀의 '왕조 정치' 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셰일라 코로넬 컬럼비아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는 CNBC에 "정치왕조가 필리핀을 지배하고 있다"며 "이는 (독재자) 마르코스 몰락 이후 필리핀이 민주주의 전환에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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