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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내에서 아베 '영구고문' 추대 움직임…아베 정치력 활용 의도

등록 2022.08.30 10: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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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내 의원단체·연구모임서 아베 영구고문 추대

"확실히 아베이즘 계승", "아베의 뜻 확실이 이어가야"

아베 사망 후 우파그룹 내 리더십 부재 방증 지적도

한편에선 아베의 그늘에서 후계자 다툼 가열 전망

"김일성 같다" "망자한테 어떻게 조언받나" 냉소도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자료사진은 2017년 9월25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2022.08.25.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자료사진은 2017년 9월25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2022.08.25.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 내에서 선거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영구고문(永久顧問)'으로 추대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30일 일본 지지(時事)통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가 생전에 고문을 맡았던 보수계 의원 단체인 '보수단결모임'은 전날 가진 모임에서 아베 전 총리를 영구고문으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은 이 같은 결정을 박수로 승낙했다고 한다.

보수단결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타카토리 슈이치 중의원 의원은 기자들에게 "아베 전 총리의 이름을 앞으로도 우리 모임에 계속 남기겠다"며 "확실히 아베이즘(Abeism·아베주의)을 계승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수단결모임은 2020년 보수 성향 의원 60여명으로 설립된 국회의원 단체다. 지난해 말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고, 올해 1월에는 니가타현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추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등 자민당 내에서도 강경 우파 그룹으로 분류된다.
 
자민당 일각에서 아베 전 총리의 사망 후로도 '영구고문'으로 두고 망자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해나가려는 배경에는 일본 정계에서 차지하는 아베의 위상과도 무관치 않다.

지지통신은 영구고문 추대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에 남아 있는 아베의 영향력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여 앞으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당내에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 안팎에선 아베 전 총리라는 절대적 지도자를 잃은 충격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파 그룹을 이끌어갈 후계자가 없어 분열될 위기감이 있으나, 아베 사망 후에도 아베의 위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목에서 일본 자민당의 우파 그룹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날 아베 전 총리가 최고고문이었던 대마산업 이용 촉진 등을 목표로 하는 '산업 및 전통문화 등에 대한 삼베 활용에 관한 연구회'도 이날 회동에서 아베의 직함을 영구고문으로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구회 회장인 모리야마 유타카 선대위원장은 회동에서 "이 연구모임은 아베가 매우 강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아베의 뜻을 확실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지율 하락으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전 총리를 대신할 후계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권력 다툼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베 전 총리를 영구고문으로 받들면서 '아베의 그늘'에서 치열한 후계 다툼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총리 후보군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보수단결모임 고문을 맡은 적 있다. 지난해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보수단결모임은 다카이치를 지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자민당에서 당의 정책을 조율하는 정무조사회장으로 취임해 권력구도에서 한 발 앞서야 할 하기우다 고이치 중의원 의원이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관련 행사에 자주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기우다 의원이 주춤하는 사이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민당 의원들이 아베 전 총리를 영구 고문으로 선임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SNS 상에서는 "죽은 사람에게 어떻게 상담하고 조언을 받나", "북한의 김일성 같다. 그는 영구 국가주석. 사고 회로가 같은 것 같다"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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