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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억 횡령' 직원이 했는데 지점장도 해고…중노위 "징계 과도"

등록 2023.06.18 12:00:00수정 2023.06.18 13: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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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명의 도용 대출…'관리 소홀'로 지점장도 해고

중노위 "범행 치밀…행위자와 동일한 처분은 부당"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해 2월 4일 오후 노동쟁의 조정신청 접수를 위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2022.02.0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해 2월 4일 오후 노동쟁의 조정신청 접수를 위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2022.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직원의 49억원대 허위 대출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은행지점장에 대한 징계는 과도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1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따르면, 중노위는 최근 서울 광진구의 한 농협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A씨가 중앙농업협동조합(중앙농협)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지난 2021년 A씨의 부하 직원이었던 대출 담당 B씨가 고객 명의를 도용해 49억원 상당의 허위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B씨는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 받고 항소심 중으로, 농협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B씨를 해고했다.

문제는 당시 농협이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물어 A씨도 함께 해고 처분했다는 점이다. B씨는 책임자 인증토큰을 임의로 사용해 허위 대출을 받은 것이었는데, 사측은 당시 A씨가 관리에 소홀했다는 것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사건을 살펴본 중노위 역시 A씨가 기밀이어야 할 인증토큰의 비밀번호를 B씨에게 공유했고, 횡령사고 등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순환배치 했어야 함에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간 횡령 사고 발생시 관리자는 행위자보다 낮은 처분을 받았다"며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횡령 행위자와 동일하게 해고 처분한 것은 징계 형평에 반하고 과도해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횡령 직원이 임의로 도장을 만들어 고객과 가족, 친구 등의 휴대전화 번호를 변경해 안내문자가 통보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금을 횡령했고, 그간 감사에서 횡령사고와 관련된 대출건 지적도 없었다"며 "A씨가 횡령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B씨의 범죄 사실을) 미리 알아내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관리감독 소홀이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노위는 A씨의 사건 외에도 해고와 관련된 2건의 주요 판정례를 소개했다.

경비미화관리업체에서 3개월의 시용 근로자로 채용된 C씨는 출근 2달 만에 손목을 다쳐 9일간의 유급휴가를 사용했고, 휴가가 종료된 이후 별도의 연락 없이 출근하지 않았다. 사측은 무단결근 12일차에 C씨에게 문자메시지로 채용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C씨는 "손목을 다쳐 동료들이 왕따를 시켜 출근할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어 무단결근이 아니며, 3개월의 약정된 시용기간을 어기고 문자로 채용취소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하지만 중노위는 "이같은 사측 결정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지 않고, 문자메시지 역시 즉시 출력 가능한 전자문서 형태이며 해고통지 역할과 기능을 모두 수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 돼 해고 처분된 D씨의 사건에서는 부당해고가 인정됐다.

암호화폐 서비스 플랫폼 개발자로 일하는 D씨는 부하직원에게 해고를 암시하는 경고성 발언을 하고 팀원들 앞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당해 대기발령 조치됐다. 사측은 이를 비롯해 개발지연과 잦은 서버오류와 같은 능력부족 등 11개 사유를 들어 D씨를 징계면직(해고) 처분했다.

중노위는 D씨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면서도, 괴롭힘 행위가 일회성이었던 점을 고려해 해고보다는 적절한 수위의 징계처분으로 반성과 개선의 기회 부여를 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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