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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부러 XX놈"…중침 SUV와 충돌 버스기사 '무죄' 왜?

등록 2023.10.08 05:00:00수정 2023.10.08 06: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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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동의 없는 블랙박스 음성 녹음, 고의 사고 증거로 못 써"


"받아부러 XX놈"…중침 SUV와 충돌 버스기사 '무죄' 왜?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시내버스 기사 동의와 사전 안내 없이 운행 기록 영상 장치(블랙박스)로 음성 녹음한 것을 고의 교통사고의 수사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버스회사가 임의로 블랙박스 음성 녹음 기능을 작동시켜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관계 법령을 위반했고, 이를 토대로 한 수사는 위법 수집 증거라는 취지다.

광주지법 형사 7단독 전일호 부장판사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과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버스기사 A(4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26일 오후 6시 25분께 광주 북구 말바우 사거리 주변 편도 2차선 도로(말바우→북구청 방면)에서 몰던 시내버스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조수석 쪽 범퍼를 고의로 들이받고,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사고 발생 당시 시내버스의 블랙박스 영상 내용(음성 녹음 포함)을 토대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좌회전하면서 중앙선을 침범한 SUV를 본 A씨가 "그대로 받아부러 XX놈"이라고 말한 내용이 블랙박스에 담겨서다.

검사는 A씨가 고의 사고를 냈다고 봤지만, 법원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장은 "음성이 녹음되는 블랙박스는 버스기사 A씨의 사생활 비밀 자유와 인격권을 비롯해 불특정 다수 승객의 권리 또한 침해할 우려가 있다. 버스회사는 기사들에게 녹음 기능이 있는 블랙박스를 설치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임의로 버스 일부에서만 녹음 기능을 작동시켰고, 버스 내부에 블랙박스에 의한 녹음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내하는 문구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버스회사는 이번 교통사고와 관련, 블랙박스에 저장된 파일을 보험회사에 제공할 때 A씨에게 사전 통보와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 영상만으로도 사고 경위와 기사의 과실 유무를 확인할 수 있고, 음성·충격음 등의 소리 확인은 들은 사람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따라서 블랙박스 녹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의 음성 녹음을 포함한 블랙박스 파일과 이를 기초로 해 수집된 수사보고서 등의 증거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 5항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7조의3 3항 3호(녹음 기능 사용 금지)를 위반한 위법 수집 증거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A씨가 고의 사고를 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여객자동차법상 영상기록장치의 설치·관리와 영상기록의 이용·제공 등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기기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안 되고, 녹음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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