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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다이슨 창립자의 '혁신'…소통은 왜 안했나?

등록 2024.03.20 09:00:00수정 2024.03.20 10: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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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지용 산업부 기자. 2024.03.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지용 산업부 기자. 2024.03.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금 제임스 다이슨이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다이슨 신제품을 발표하기로 한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 팝업스토어에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등장했다. 다이슨 창립자인 77세 고령의 제임스 다이슨이 주인공이었다.

그가 무대에 오르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기자들은 순식간에 무대 앞으로 몰렸고,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다이슨 창립자는 이날 신제품 헤어드라이어기인 '슈퍼소닉 뉴럴'의 성능과 특징을 긴 시간을 할애해 직접 설명했다. 다이슨 창립자는 헤어 모델에게 신제품을 시연하는 모습까지 직접 선보였다. 다이슨 창립자는 20분 동안 발표를 마친 뒤 곧바로 무대를 내려왔다.

다이슨 창립자가 이례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전 세계 최초로 신제품을 직접 소개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가장 다이슨스러운'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국내에선 기업 창립자가 직접 나서 자사 신제품을 소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이슨의 기업 철학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혁신"을 잘 보여줬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그만큼 한국 뷰티 시장은 다이슨 창립자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신제품 홍보할 정도로 대접받는 시장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이날 다이슨의 깜짝 등장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도 없지 않았다.

우선 다이슨 창립자의 방한 소식은 그가 무대에 오를 때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다이슨 측은 행사 직전에서야 "정말 중요한 분이 오신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그나마 이 메시지가 기자들에게 전달되기 이전에는 이날 행사는 그냥 평범한 신제품 발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기업 창립자의 방한이 무슨 중대한 '경호 엠바고' 사안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비밀에 부칠 필요가 있었을까?

오히려 그의 방한을 적극 알려 다이슨 제품과 한국 뷰티 시장에 대한 심도 있는 사전 취재를 유도했다면 어땠을까?

다이슨 창립자가 사전 통지 없이 등장한 것은 그럴 수 있다고 하자.

하지만 신제품 소개가 끝난 뒤 그가 언론들과 간단한 질의 응답조차 없이 떠난 것은 다이슨이 정말 한국 뷰티 시장을 중시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이어 다이슨 홍보팀이 다이슨 창립자가 언제 한국에 왔는지, 어떤 일정을 소화하고 언제 떠나는지 일절 알려주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납득하기 힘들었다.

가전제품에선 혁신을 그토록 강조하는 다이슨이지만, 정작 언론과의 소통에선 수백년이 된 기업들보다 더 보수적이었다.

이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외부, 특히 소비자들과의 접촉점을 갈수록 늘리는 경향과도 대조를 이룬다. CEO의 생각과 행보를 감추는 전략은 더 이상 시장에서 유효하지 않다.

다이슨 창립자가 이제는 CEO 신분이 아니라고 해도, 그에겐 한국 기자들과 만나고 소통해야 할 '왕관의 무게'가 존재한다.

'5126번'의 실패 끝에 이뤄낸 다이슨의 진정한 혁신을 그의 목소리로 직접 듣고 싶은 마음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다이슨 특유의 파격과 혁신을 사랑하는 모든 고객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다이슨은 한국 고객들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렬한 팬으로 만들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것이나 다름 없다. 고령의 다이슨 창립자가 또 다시 한국 고객들과 만날 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이날 행사는 기자로서 더더욱 미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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