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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의 재회…박세은·김기민의 무르익은 '라 바야데르'

등록 2024.10.28 0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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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30일~11월3일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2010년 '라 바야데르' 이후 14년 만에 호흡

[서울=뉴시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주역을 맡은 박세은(왼쪽)과 김기민.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주역을 맡은 박세은(왼쪽)과 김기민.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우주대스타와 공연하게 돼 영광이죠. 파리오페라발레단 동료들에게 '기민 킴'과 공연한다고 자랑하고 왔어요." (박세은)

"초등학생 때부터 같이 춤추자고 누나를 따라다녔어요. 파리오페라발레단이 유독 외국인을 안 뽑는 곳인데, 길을 뚫어준 사람이 제가 어릴 때부터 따라다니던 누나여서 자랑스럽죠." (김기민)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의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35)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32)이 '라 바야데르'에서 남녀 주역인 '니키아'와 '솔로르'로 14년 만에 호흡을 맞춘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박세은·김기민이 출연하는 회차 외에도 전석 매진된 화제의 공연이다.

공연을 앞둔 두 사람을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났다.

박세은과 김기민은 예원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 사이다. 김기민의 형인 김기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가 박세은과 예원·한예종 동기라 어릴 때부터 교류가 있었다고 한다.

둘은 2009년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함께 춤을 춘 적이 있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14년 만이다. 두 사람이 기억하는 2010년의 '라 바야데르'는 어땠을까.

[서울=뉴시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주역을 맡은 박세은(왼쪽)과 김기민.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주역을 맡은 박세은(왼쪽)과 김기민.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저도 연습에 굉장히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연습벌레인데, 기민이가 저보다 더 많은 연습을 요구했던 게 기억 나요. 여성 무용수가 편안하면 된 건데 열 일곱의 나이에도 저를 더 잘 받쳐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자고 한 게 인상 깊었어요. (박세은)

"지금이라면 그러지 않을 텐데 그 때는 경험이 없다 보니 욕심이 많아서 많이 싸웠죠. 가끔은 여성 무용수에게 공간을 내줘야 더 편한데 말이죠. 솔직히 긴장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누나와 연습하는 게 엄청난 행복이었고 또래 친구들에게 질투도 많이 샀어요." (김기민)

20대 초반, 10대 후반 갓 주역 데뷔를 했던 무용수들은 30대가 된 지금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빛내는 발레 스타가 돼 있다.

박세은은 "김기민 무용수에 비해 '라 바야데르'의 전막을 출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깊이 있게 공부했다"며 "14년이란 시간 동안 저의 춤에 프랑스 스타일이 많이 녹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김기민은 "갈라보다는 전막 발레를 많이 공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라 바야데르'를 전막으로 추는 데다 박세은 무용수와 함께 춤추는 기회를 다 잡은 셈이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주역을 맡은 박세은.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주역을 맡은 박세은.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라 바야데르'는 인도를 배경으로 다채로운 춤과 남녀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킨 드라마가 펼쳐지는 작품이다. 3막으로 구성된 대작 발레로, 인도 사원의 무희(니키아)와 제사장(브라만), 왕실의 공주(감자티)와 전사(솔로르) 간 사각관계가 엮인 극적 서사가 돋보인다.

이번에 국립발레단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2013년 국립발레단을 위해 만든 버전을 공연한다. 마리우스 프티파 버전과의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면 결말 부분을 꼽을 수 있다. 프티파 버전의 엔딩 장면에서 니키아와 솔로르의 영혼이 재회한다면 그리고로비치는 내적 갈등으로 고뇌하고 고통받는 솔로르의 독백으로 극을 마무리한다.

박세은은 "시험 정답지를 아는 무용수와 춤을 추는 기분이라 도움을 받으며 준비하고 있다"며 "2년 후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도 '라 바야데르'를 공연하는데 한층 성숙된, 확신에 찬 니키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기민은 "'라 바야데르'는 자주 공연되지는 않지만 발레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발레를 좋아하도록 만들 수 있는 재밌고 쉬운 작품"이라고 했다.

박세은과 김기민은 명실공히 최정상의 커리어를 자랑한다. 두 무용수 모두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각각 최고 여성·남성무용수상을 수상했다. 박세은은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POB에서 에투알의 자리에 올랐고, 김기민은 러시아 순혈주의 전통이 강했던 마린스키에 동양인 최초 입단해 간판스타가 됐다. 이들이 발레 꿈나무들에게 해 주고픈 말이 있다면?

[서울=뉴시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주역을 맡은 김기민.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주역을 맡은 김기민.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박세은은 "요즘 후배들은 신체 조건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저희 때보다 훨씬 좋아지고 있어서 조언을 해주는 것은 어렵다"며 "제가 하는 게 정답이 아닐 수 있으니 본인이 정답을 찾아가야 한다. 다만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민은 "꿈이란 건 여러 방향성이 가능하니 한 가지 꿈만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10대에 꿈꿨던 게 20대에는 바뀔 수도 있는데 그게 절대 나쁜 것이 아니라고도 말하고 싶다"고 했다.

10월30일부터 11월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박세은, 김기민과 더불어 니키아 역에 국립발레단의 조연재와 안수연, 솔로르 역에 허서명과 하지석이 캐스팅됐다. 감자티 역할에는 심현희, 조연재, 안수연이 낙점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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