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반대 단체들 "신고리 공사 재개, 아쉽지만 존중"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이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는 공론회 결과 '건설 재개'를 정부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2017.10.20. [email protected]
"건설 재개 결정과 무관하게 탈핵정책 계속돼야"
일부 보수단체 "다행···文정부 대국민 사과해야"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원전 반대 측 시민단체들은 20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사 재개 결론을 낸 것에 대해 일제히 "시민참여단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참여단이 공론화 기간 동안 보여준 진중한 토론 모습과 판단을 존중한다"며 "어려운 상황에 건설 중단을 선택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론화 기간 동안 우리가 목격한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며 짧은 공론화 기간 등 정부와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은 "수십 년간 온 국민이 핵발전의 필요성과 안전성, 경제성에 대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접해 온 상황에서 공론화 기간은 너무나 짧았다"며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부적절한 건설재개 활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정부와 공론화위원회는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시민참여단 59.5%가 건설 재개를 선택한 것은 이러한 문제점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매우 아쉬운 일"이라며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서 약속한 생명, 안전,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탈핵에너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는 시민들의 핵발전소 축소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핵발전소 안전성 강화, 신규핵발전소 중단, 노후핵발전소 조기 폐쇄 등 임기 내에 실질적인 핵발전소를 축소하는 것이 시민참여단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서에서 "국가 중요 정책을 시민들의 숙의과정인 공론화를 통해 결정한다는 진일보한 참여 민주주의 과정이었다"면서도 "편파적인 언론 환경과 진영논리, 정부 출연기관과 공기업의 건설 재개 측 참여, 기계적인 중립과 무능함을 보인 공론화위원회, 당사자인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부족한 의견 청취, 미래세대 배제, 불충분한 자료검증, 상호토론 부족과 숙의 과정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애초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한계를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시민참여단의 설문결과에서도 확인했듯이 원전을 축소하는 것이 에너지정책의 방향이 돼야 한다"며 "이번처럼 부족한 숙의과정, 기계적인 중립 등의 공론화 과정을 밑거름 삼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성숙하길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시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국가 에너지 문제에 대하여 숙의하고 합의한 결과를 존중한다"며 "아울러 이번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이 원자력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려는 에너지 정책이 중단돼야 하는 결정이 아님을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신고리원전 5, 6호기 공론화 결과 발표 전 밀양주민들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피켓을 들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들은 정부에게 ▲국가 에너지정책의 중장기 계획 수립 ▲원자력 발전 의존성 낮추는 실현 가능 로드맵 제시 ▲전체 원자력발전시설에 대한 안전성 조사 및 안전성 강화 조치 시행 ▲주택·산업용 전력요금 및 관련 세제 불평등성 시정 등을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열정적인 참여와 토론과정은 존중하지만 숙의민주주의를 표방한 공론화위원회 방식의 의사결정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며 "공론화위원회는 이른바 숙의민주주의를 제대로 발현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 결정과 관계없이 탈핵 정책은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하고, 특히 시민참여 탈핵운동이 본격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공론화위원회는 3개월여간의 활동 끝에 활동 재개 결정을 내렸지만,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그간의 과정이 해프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적 갈등으로 소모적 논쟁을 벌여 사회적 비용을 치른 것은 별도로 하고라도 3개월 동안 발생한 추가비용 1000억여 원은 누가 부담할 것이냐"며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에 대한 정책을 졸속으로 바꾸려 시도하여 결론적으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르게 한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책임 조치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날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내용을 담은 대정부 권고안을 의결해 발표했다. 최종조사 결과 건설 재개 쪽을 최종 선택한 비율이 59.5%로서 건설 중단을 선택한 40.5%보다 19%p 더 높았다.
정부는 공론화위의 최종 권고안을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한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은 지난 6월27일 일시 중단됐다. 공론화위원회는 7월24일 공사 중단에 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출범했다. 위원회는 3개월간 설문조사와 공청회, 토론회 등을 거쳐 지난 13~15일 시민참여단 471명이 참여한 가운데 최종 합숙 토론회를 진행했다.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탈핵을 주장하는 900여 개 환경·시민단체로 구성돼 있으며 7월27일 발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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