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전쟁]② 미국 대 중국...경제·안보 헤게모니 경쟁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 600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의 관세 부과 및 기술이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Memorandum Targeting China’s Economic Aggression)’ 서명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대 중 무역 보복 패키지를 풀어 놓은 것이다. 2018.03.22
트럼프 정부, 중국을 '전략적 라이벌'로 규정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고 있는 말은 ‘안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전면에 내세운 무기는 1962년 제정된 ‘무역 확장법 232조’와 1974년 만들어진 ‘미 무역법 301조’이다. 모두 냉전시대 미국의 ‘안보’를 이유로 만들어진 법률들이다.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사실상 글로벌 헤게모니를 다투는 ‘안보 전쟁’으로 흐르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600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의 관세 부과 및 기술이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Memorandum Targeting China’s Economic Aggression)’에 서명했다. 이는 ‘미 무역법 301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대통령 직권으로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안보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뒤 수입량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력 무역 제재 조치다.
앞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이는 특정 국가가 미국을 차별하거나 비합리적인 관행을 갖는 경우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무역 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600억 달러짜리 관세폭탄과 관련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재무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번 조처는 “미국의 국익에 가해지는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응해 미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미국이 미·중 통상무역 관계의 호혜상생의 본질과 대화·협상을 통한 갈등 해결 공식, 각계의 이성적 목소리를 무시하고 관세부과를 결정한 것은 전형적인 무역보호주의 행보다. 중국은 이에 강력한 불만을 표하고 완강하게 반대한다. 미국이 무역 전쟁을 원한다면 끝까지 싸워 합법적인 우리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맞대응을 천명했다.
미국이 최근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안보의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한 이유는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슈퍼파워로 성장을 한 데 따른 경계심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2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서방국가들이 제공하는 풍요로운 시장 덕분이었다. 중국은 서방국가들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WTO 등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글로벌 무역 규정들을 최대한으로 이용했다. 특히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은 중국의 경제성장에 풍부한 자양분을 공급해온 토양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미국이 중국을 심각한 “전략적 라이벌(strategic rival)”로 규정한 뒤 양국 간 기존 경제 관계를 재구성하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베이징=AP/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제13기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국가 제창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8.3.20.
FBI와 CIA, NSA 등 미국 정보기관 수장들은 지난달 13일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화웨이와 ZTE 기기들을 통한 중국의 해킹 우려를 전하면서 이들 제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월에는 미국 2위 이동통신사 AT&T가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을 판매하려던 계획은 전격 취소하기도 했다. AT&T가 올해 초부터 미국 시장에서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10’을 판매한다는 화웨이와의 합의를 백지화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도 잇따라 퇴짜를 놓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금융계열사 앤트파이낸셜이 미국 송금서비스 기업 머니그램을 인수하려던 계획도 막았다. 미군을 포함한 미국 시민들의 정보가 중국 정보당국의 수중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미 ‘안보’를 이유로 중국 경제에 대한 견제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12월 오마바 당시 대통령은 중국 푸젠그랜드칩인베스트먼트펀드(FGCIF)이 독일 반도체 회사 아익스트론(Aixtron)을 6억7000만유로(약 8500억 원)에 인수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아익스트론은 미국 3대 항공 우주 산업체 중 하나인 노스럽그루먼(Northrop Grumman) 등에 첨단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다. 중국 기업에 의한 아익스트론 인수가 미국의 안보 및 국익을 저해한다는 게 불허 이유였다. 그해 11월 CFIUS는 "미국의 국가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아익스트론이 FGCIF에 지분을 매각하려는 계획을 전면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중국은 미국의 위와같은 움직임에 즉시 반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 및 투자 제한 방침을 밝힌 날, 중국은 보란듯이 30억 달러(약 3조 2400억원) "미국산 강관, 과일, 와인 등에 15% 관세, 돼지고기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극단적인 대미 보복조치로 미국의 국채를 대량 매도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1조 1700억달러(약 1253조원)다. 실제로 최근 중국이 미 국채를 한달 새 100억 달러 이상 팔아치우면서 관세 폭탄 반발의 예고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되고, 글로벌 경제 역시 그 여파로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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