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별세]전자·화학 넘어 전장· 바이오 신사업 육성 온힘
20년간 이어온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각 편대를 앞세워 사업구조 고도화 앞장
전기차 배터리·차량용 통신 모듈 '세계 1위' 등 車부품 2000년후반부터 전문 육성
LGD OLED, 태양광 모듈, 바이오뿐 아니라 AI·빅데이터 등 한발 앞선 LG 일궈 내
구본무 LG 회장은 20년이 넘는 연구개발 끝에 이차전지를 현재의 주력사업으로 성장시켰다. 사진은 2002년 10월 구 회장이 전기차배터리 개발을 위해 만든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사진=LG 제공
“성장의 가능성을 봤다면 자원을 집중해 과감히 치고 나가, 남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해야 할 것입니다” -2016년 신년사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우리의 사업 구조와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사업 구조와 경영 시스템을 제대로 혁신하여 LG가 어떤 환경 변화에도 100년을 넘어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듭시다” -2017년 신년사
취임 후 20여 년간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각 편대를 앞세워 글로벌 LG를 키워온 구본무 회장은 지속 성장하는 LG를 만들기 위해 한발 앞서 미래 성장의 씨앗을 뿌리고 육성해왔다. 자동차부품,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등 혁신사업을 성장사업으로 발굴해 적극적으로 키워온 것이다.
구 회장은 융복합 기술 발전과 치열한 경쟁으로 기존 산업 지형이 바뀔 정도의 파괴적 변화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기에,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그간 축적해온 LG의 역량과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미래 사업을 이미 수 년, 수십 년 전부터 발굴토록 했다.
그는 평소에도 CEO들에게 “사업 성과에 대한 판단기준은 한해 동안 거둔 이익만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씨를 뿌리고 시장을 이끄는 시도를 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라고 강조하며 LG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독려해왔다.
특히 구 회장이 향후 100년을 넘어 영속하는 LG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은 것은 사업 구조 고도화였다. 가능성 있는 성장 사업을 육성하여 어떠한 시장과 경쟁 상황에서도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사업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 회장은 친환경 자동차 및 자율주행차 부품 등 자동차부품 분야를 2000년대 후반부터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계열사별 사업적 강점을 바탕으로 전문 분야를 육성하도록 했다.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LG전자가 전기차 부품 및 인포테인먼트 부품, LG디스플레이가 차량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이 차량용 모터와 센서, 카메라 모듈, LG하우시스가 경량화 부품과 자동차 원단 등 차세대 자동차 산업을 위한 각종 부품과 솔루션 개발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GM의 2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 구동모터, 인버터, 차내충전기, 전동컴프레서, 배터리팩,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되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특히 차량용 통신 모듈인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2013년 이후 5년 연속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또 LG화학은 한번 충전에 320Km 이상을 갈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했고,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LG의 전체 자동차부품 매출도 2013년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15년 4조원, 2016년 6조원, 2017년 8조원대에 육박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에는 LG전자와 ㈜LG가 세계 최대 차량용 헤드라이트 및 조명 공급 업체인 ZKW를 약 1조44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LG는 ZKW 인수를 통해 자동차 부품 사업의 포트폴리오 강화는 물론, 차세대 융복합 제품 개발 등을 통해 미래 자동차 부품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또 구 회장은 대형 LCD 디스플레이로 세계 1위를 차지하던 2009년부터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 선점을 위해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집중 육성해왔다. 지난 2013년,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55인치 대형 OLED 패널의 양산에 성공하고 같은 해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55인치 OLED TV를 출시한 것을 필두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구본무 LG회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개발을 위해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사진은 2014년 3월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구 회장이 연구과제인 올레드TV를 살펴보는 모습.
특히 LG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종이처럼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OLED 패널, 화면이 유리처럼 투명한 투명(Transparent) OLED 패널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도 속속 선보이며 OLED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LG는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태양광)부터 저장(ESS, 에너지저장장치), 효율적 사용 및 관리(EMS, 에너지관리시스템)에 이르는 ‘토털 에너지 솔루션’을 확보하고, 에너지 신산업 시장의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2010년 첫 태양광 모듈을 출시한 LG전자는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매김했고, LG화학은 세계 1위의 ESS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세계 주요 지역에 ESS를 공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LG CNS는 에너지관리시스템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ESS 시스템, 태양광 발전소 구축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 회장은 2016년 바이오 사업 추진에도 한 획을 그었다. LG화학과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고, 그린바이오 국내 1위 기업 팜한농을 인수하면서 바이오 사업 육성을 본격화한 것이다. LG화학은 이로써 바이오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해 2025년 매출 5조원대의 사업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구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위기이자 기회로 포착하고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해왔다.
구 회장은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혁신 기술은 우리에게 익숙한 경쟁의 양상과 게임의 룰을 전혀 새로운 형태로 바꾸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을 제조업에 적극 접목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LG전자는 고객 생활 패턴 및 주변 환경을 학습해 스스로 작동하는 딥러닝 기반의 생활가전을 선보이며 ‘인공지능 가전’ 시대를 열었고, 또 인공지능 및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로봇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7년부터는 가정용 허브(Hub) 로봇과 상업용 로봇인 서빙 로봇, 포터 로봇, 쇼핑카트 로봇 등 포트폴리오를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LG CNS도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팩토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홈, 공공, 산업 분야 등 우리 삶 전반에 사물인터넷(IoT)을 구축해 네트워크부터 플랫폼까지 총괄하는 IoT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세계 최초 LTE 상용화에 성공한 역량을 바탕으로 5G 서비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G의 핵심 서비스는 원격제어 드라이브, 지능형 CCTV, 5G 생중계, 8K VR(초고화질 가상현실 영상), 스마트 드론, FWA(UHD 무선 IPTV) 등이다. LG유플러스는 5G 주파수를 부여 받는 2018년 하반기부터 5G 네트워크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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