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자계약률 고작 0.34%, 확산 가능할까…현장은 '글쎄'
국토부 "투기지역 한해 전자계약 의무화 검토"
시스템 미비·홍보 부족…대책 마련은 미흡
전문가, 투명한 거래 질서 동시에 확립해야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1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 앞에 전세 및 월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18.10.01. [email protected]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투명한 부동산 거래를 막기 위해 현장에 (단속을) 다니기도 하는데 자꾸 이런 상황이 유지되는 건 문제"라며 "중개업자 반발이 걱정되지만 투기과열로 지정된 지역만이라도 일정기간 전자계약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투기지역에 한해 전자계약 의무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계약 자유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도 고려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은 종이·인감 없이도 온라인 서명으로 계약 체결이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공인중개사가 계약서를 작성하면 매도인·매수인은 계약서를 확인하고 전자패드로 서명하게 된다. 실거래 신고와 계약 확정일자도 자동으로 처리된다.
정부는 전자계약시스템을 2016년 서울 전역에 도입하고 지난해부터는 전국으로 확대 적용해 운영해오고 있다. 시스템이 정착되면 거래 과정이 투명해지고 부동산 관련 데이터도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시스템 구축에 137억원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전자계약시스템은 중개사·매도·매수인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감정원으로부터 받은 '전자계약 체결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 8월까지 이뤄진 부동산매매 521만3636건중 전자계약 건수는 0.34%인 1만7952건에 그쳤다.
공인중개사들의 전자계약 시스템 가입도 미비했다. 총 개업 중개사 10만4304명중 전자계약 가입 중개사는 2만4512명으로 가입률은 약 23.5%에 불과하다.
현장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이용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A공인중개사는 "몇 개월 전에 알아봤는데 굉장히 복잡해서 이용을 안하게 됐고 혜택이 있다고는 하는데 미미한 것 같다"며 "의무화를 하겠다고 하면 획기적으로 시스템이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보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용산구 이촌동 B공인중개사는 "60대 이상 소유주, 임대인들이 많은데 과연 이걸 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며 "전자계약 자체를 생소해하고 어려워하는 매매 당사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해야 하는데 단순히 중개업자보고 하라고 하면 되는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공인중개사의 반발도 예상된다. 송파구 잠실동 C공인중개사는 기본적으로 시스템 도입에 찬성한다면서도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공인중개사나 매도인이 주변에 30% 정도 되는데 그 사람들은 세원이 정확히 드러나니까 아마 싫어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자계약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감정원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진 않다. 감정원 관계자는 "홍보를 해야겠다는 당위성은 인지하고 있고 연세 드신 분들이 많아 현장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감정원은 내년 업무 추진계획을 세우면서 전자계약 시스템 미비점을 체크하고 홍보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다만 지금보다 더욱 면밀한 시스템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계약 체결시 특정 대출금리를 0.1% 추가 인하해주는 등 시스템 이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이용률은 낮다. 애초에 사용이 불편하면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유인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호철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직은 투명한 거래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투명한 거래 질서를 꾸준히 확립해나가면서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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