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위올라이, 'SKY 캐슬' 음악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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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멜로디가 반복되고 그 선율이 점층적으로 쌓이며 극적인 구성을 만들어내는 '볼레로'는 유머가 섞여 있는데, 극에서 가장 블랙코미디 성격인 강한 차 교수 캐릭터를 우아함과 위트를 뒤섞여 풍자하는 기능을 한다. 극 중에서 가장 경직된 인물이 무너질 때의 순간을 음악으로 품격 있게 짚어낸다.
시청률 20%를 넘기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SKY 캐슬'의 완성도와 인기에 한몫하는 것은 음악이다. 예상 밖의 선곡과 세련된 창작곡으로 음악계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본래 30~40대 주부를 타깃으로 잡았던 이 드라마는 기존 시청자들이 기대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뻔한 음악이 아닌, 새로운 OST 문법를 만들어냈다.
'SKY캐슬' 김태성 음악감독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30~40대 주부층을 겨냥한 드라마였지만, 비슷한 층을 타깃으로 한 다른 드라마 음악과는 전혀 다른 콘셉트였으면 했어요"라고 말했다. "좀 더 젊은 감각이었으면 했고, 클래식 음악을 적극 활용하고자 했죠."
특히 클래식 음악이 이처럼 드라마에 차지게 달라붙은 경우도 드물었다. 차 교수 장면에서 사용되는 '볼레로'처럼 무엇보다 캐릭터를 설명하는 최적의 극적 장치로 작용한다.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테마곡인 슈베르트 '마왕'도 또 다른 보기다. 괴테의 시에 슈베르트가 멜로디를 붙인 이 곡은 한밤중에 말을 타고 다니는 아버지의 품에 안긴 자식을, 죽음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마왕'에게 빼앗기는 이야기.
서울대 의대 진학을 명분으로 부모로부터 '박영재'(송건희)와 '강예서'(김혜윤)의 마음을 빼앗는 김주영 캐릭터에 맞물린다. 김주영 역시 자식에 대한 상처와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SKY 캐슬'에서 슈트라우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은유적 사용을 통해 쾌감을 안긴다. 노승혜가 차 교수가 만들어놓은 감옥 같은 아이들 공부방의 벽을 망치로 내려 칠 때 흐르는 곡이다.
차 교수가 SKY캐슬 입주민을 대상으로 주도한 독서 토론 모임에서 읽은 니체의 책 제목과 같다. 책은 '권력에의 의지'를 다룬 것으로,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억눌려 있던 노승혜가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며 해방감을 안긴다.
모차르트 '레퀴엠', 즉 죽은 이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도 내내 죽음의 기운이 도사리고 이 드라마에서 중요하게 사용된다.
김 감독은 음악을 몇 개의 프레임으로 나눠 구성했다. 남성과 여성을 나눠 구도를 배치한 것이 보기다. 음악을 통해 여성의 욕망은 진지하고 거창하게 표현한 반면 남성의 욕망은 반대로 그려냈다. 기존에 생각하는 젠더에 어울리는 음악을, 뒤바꿔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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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이런 작업을 통해 결국 교육의 근원에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서진'(염정아)이나 '김혜나'(김보라) 같이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는 서브 텍스트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도 덧붙였다.
드라마의 인기와 격을 끌어올린 데는 주제곡 '위 올 라이(We all lie)' 공도 크다. 드라마 초창기에는 이 곡을 팝으로 여긴 시청자로 꽤 된다. 김 감독이 이끄는 창작팀 모노폴에 속한 작곡가 최정인이 작사, 작곡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하진은 무명에서 단숨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일부 드라마 관계자들은 처음에 이 곡을 주제가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생각했던 드라마 티킷 시청자에 비해 '너무 젊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김 감독에게는 확신이 있었고 그래서 밀어붙였다. 대본에서 길어 올린 음악이기 때문이다. 혜나가 자신의 남편 강준상(정준호)의 딸인 사실을 알고도 자신의 집으로 들이게 한 주영(김서형)에 대한 분노에 휩싸이는 서진 등의 모습이 나오는 14회를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이 회차를 중심으로 음악을 구상하고 설계했다.
김 감독은 "먼저 대본을 살펴 보면서 등장인물들이 욕망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데 착안해서 만들어진 곡이에요. '위 올 라이'라는 제목은 드라마 전체 주제이기도 한 거죠"라고 설명했다.
사실 김 감독은 영화계 스타 음악감독이다. '최종병기 활' '명량' '강철비' '1987' 등 대작 영화 음악작업에 참여했다. 국내 영화로는 드물게 영국 밴드 '비틀스'의 원곡이 삽입된 '골든슬럼버'에도 그의 손길을 묻어 있다.
김 감독은 "뻔뻔하게 음악을 붙이기보다 의도를 잘 살리고자 했는데 드라마 스토리와 음악의 시너지가 잘 맞았고 반응이 좋아서 감사하다"고 했다. 특히 "흥행을 위해서가 아닌 극의 연출 의도에 맞춘 '위 올 라이'가 음원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커버곡으로도 인기를 끌어 재미있으면서도 기쁘다"고 웃었다.
무엇보다 특기할 만한 점은 김 감독이 'SKY 캐슬'에서 음악을 아꼈다는 점이다. 음악을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 결정적으로 사용한 현명함이 돋보인다. 김 감독은 "오히려 드라마적으로 결정적인 순간들에 음악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드라마 전체적인 것을 생각했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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