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졸브·독수리훈련 대신 '동맹연습'…北비핵화 견인할까?
북미회담 결렬에도 한미 군방당국 훈련 변경 결정
상반기 키리졸브·독수리훈련 종료…역사 뒤안길로
새 훈련 명칭 '동맹연습'…4~12일 연합지휘소 진행
극도로 예민했던 北, 선제적 움직임에 호의적 반응?
훈련 변경했지만 빈틈없는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
【동해=뉴시스】김경목 기자 = 해군 제1함대사령부 3특전대대(UDT/SEAL) 대원들과 미국 해군의 스테뎀함(Stethem) 승선 검색반 장병들이 지난 2017년 3월22일 독수리훈련(FE)의 일환으로 동해상에서 실시한 해양 차단 작전 중 승선 검색 훈련을 하고 있다. 2017.03.24. (사진=해군 제1함대사령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한미 국방당국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KR:Key Resolve)과 '독수리 훈련'(Foal Eagle)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진전된 이행계획을 이끌어내지 못한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의 이번 결단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견인할 또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방부는 3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이 우리 시간으로 2일 오후 10시부터 45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연례적으로 해 오던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훈련은 한반도 전장 상황을 상정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매년 상반기 시행했던 핵심 훈련이다.
한미 국방당국은 올해부터 두 훈련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새로운 이름과 함께 훈련 규모도 조정해 시행하기로 했다. 양국 국방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작금의 한반도 안보 상황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미래 연합지휘구조 개편을 감안한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군사적으로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
한미 국방당국은 지난해 10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2019년도 연합연습 시행계획에 대해 검토하기로 약속한 뒤 훈련 명칭과 규모, 일정 등을 잠정 확정했으나 2차 북미회담을 앞두고 공식 발표를 미뤄왔다.
미국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 간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폐기 절차 등이 담긴 합의문을 완성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확신이 선듯 이날 한미 국방장관 간 통화를 거쳐 연합훈련 계획 전반에 대해 종결과 축소 방침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서 키리졸브 연습은 11년 만에, 독수리훈련은 44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키리졸브 연습은 1976년부터 매년 진행돼 온 '팀스피릿'(Team Spirit) 훈련을 모체로 하는 연합 훈련이다. 1994년 북한과의 핵 협상으로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2008년 키리졸브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독수리 훈련은 1961년부터 매년 가을 연례적으로 시행돼오다 1975년 현재의 명칭인 독수리 훈련으로 바뀌었다. 2002년부터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과 병행해 시기도 봄으로 앞당겨 열렸다.
【서귀포=뉴시스】우장호 기자 = 지난해 10월1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해군기지 앞 남부 해상에서 2018 제주 국제관함식 해상사열식이 진행된 가운데 미국 핵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사열을 위해 힘차게 추진하고 있다. 2018.10.11. [email protected]
합동참모본부와 한미 연합사령부는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을 '동맹'(alliance) 연습으로 명명했다. 올해 훈련은 오는 4~12일 진행될 예정이다.
합참은 "동맹 연습은 한미 양국 간의 긴 세월 동안 유지한 파트너십과 대한민국 및 지역적 안정을 방어하기 위한 의지를 강조하는 연합지휘소 연습"이라며 "한반도에서의 전반적인 군사작전을 전략, 작전, 전술적인 분야에 중점을 두고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연합훈련을 이유로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로 전개하는 상황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북미 회담 등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연례적으로 시행하던 연합훈련을 유예하거나 대폭 축소했다.
북한도 한미 국방당국의 이같은 변화에 대응해 지난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대량살상무기(WMD) 시험을 하지 않는 등 호응하고 있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를 이행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노력에 보조를 맞췄다.
2차 북미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상황에서 이번 한미 국방당국의 훈련 변경 결정에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을 끈다. 북한이 그 동안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던 것을 감안하면 한미 국방당국의 선제적 움직임에 호의적인 입장을 밝히거나, 북미 대화를 계속 이어가려는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기대된다.
한미 국방당국은 훈련 명칭 변경이나 축소 방침에도 기존과 같이 빈틈없는 한미 간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박한기 합참의장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은 "'동맹' 연습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및 유엔사 전력제공국들이 함께 훈련하고 숙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전투준비태세 수준 유지를 위해서는 정예화된 군 훈련이 시행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연습은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하는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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