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 '노조 대응' 인사 평가에 반영" 문건 공개
압수수색 확보 '삼성 노사전략 문건' 공개
임원 인사 평가에 비노조 실천 점수 채점
"현장대응 역량 강화해야 문제 초기 해결"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검찰이 삼성그룹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 '윗선' 개입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등 압수수색을 실시한 지난해 7월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 모습. 2018.07.10. [email protected]
검찰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 심리로 열린 이상훈(64) 삼성전자 이사장 등 32명에 대한 6차 공판기일 서증조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이날 삼성이 작성한 2011년 노사전략 문건을 제시하면서 "종합 임원 평가 시 100점 중 비노조 실천 노력 및 관심도에 15점을 배정했다"며 "특히 노조 설립 등 사고가 발생하면 감점되게 해서 임원들에게 조직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그룹은 현장조직 관리 여건 및 역량을 제고해야 분란이 감소하고 문제 발생 시 조기 해결이 가능하다며 CEO 관리체계를 유지하고 현장조직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인사평가 요소이기 때문에 노사부서 임원들로서는 그룹이 강조하는 비노조 실천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삼성 내부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1989년부터 비노조 경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사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왔다. 그러면서 노조 설립 시도가 없었던 2005년에 대해서는 "그룹 관계사의 노조 설립 기도 사건이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지자 삼성은 노조 설립 대응을 위해 비상대응 조직을 운영하고 노조 대응 역량을 최종 점검하는 등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소속 장모 전무는 2009년 HR컨퍼런스 복수노조와 노사전략 발표자료에서 "노조 설립시 파급 연쇄 효과로 그룹 전체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며 "복수노조 시대, 협력사는 노사관리 취약지대라 노동계가 노사관리력이 미약한 협력사 통한 우회적 침투를 시도할 수 있으므로 적시대응방식으로 협력사에 대한 영향력이 증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은 매년 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전형 모의훈련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관련 이슈가 있으면 각사 별 대응 시나리오와 임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노조 관련 상황 발생 시 ▲윗사람에게 문제발생 현황 보고만 하면 1점, 인사부서를 포함해서 보고하면 2점 부여 ▲문제 현황 및 분석을 업무 중심으로 파악하면 1점, 그 외 문제 인물 지위 및 가족 개인정보 파악 시 4점 ▲현황 및 동향 파악 분석은 1점, 성향까지 파악하면 2점을 부여하는 식이다.
검찰은 "여러 상황 모의실험을 통해 실무역량 점검평가를 위한 것으로 반복 점검을 통해 노사담당자로 하여금 노조 대응 역량을 강화하게 했다"고 언급했다.
그 결과 각 계열사는 그룹 노사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개별 지침을 마련했다. SDI의 경우 복수노조 문제를 '두 번째 전투'로 비유하면서 노사 담당자들에게 '지휘부를 재무장하라', '병력을 재정비하라', '성문과 진지를 보수하라', '민심을 지배하라', '조직 내부질서를 유지하라', '기습 공격에 대비하라', '역공을 시도하라' 등의 주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 관계자들은 미래전략실(미전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 전략을 기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한 2013년 6월 종합상황실이 꾸려지고 신속대응팀도 설치,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차별대우 및 '심성관리'를 빙자한 개별 면담 등으로 노조탈퇴 종용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임금삭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단체교섭의 지연·불응 ▲채무 등 재산관계·임신 여부 등 조합원 사찰 등을 추진한 혐의를 받는다.
노조 파괴 전문 노무컨설팅 업체, 정보경찰뿐만 아니라 노조 탄압에 반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씨의 부친을 불법행위에 동원한 혐의도 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