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들, 청문서 '절차적 하자' 주장 이유는…부동의·소송전 대비 전략
취소유예 없음에도…자사고 측 부당함 적극 제기
절차적 정당성 흠집 내 교육부 부동의 촉구 전략
일부선 소송전 앞두고 여론선점·명분쌓기 분석도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부터 사흘동안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8곳 학교들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한다. 2019.07.22.
[email protected]
일각에서는 앞으로 있을 교육부 동의 절차를 감안해 평가의 부당함을 강조하고, 향후 발생할 소송전에 대비한 여론 선점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2일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서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를 대상으로 자사고 지정 취소 청문을 실시했다. 서울에는 22개 자사고가 있으며 이중 13개교가 올해 재지정평가를 받아 8개교가 청문 대상이다.
이날 청문에 참여한 3개교 모두 공통적으로 평가절차의 부당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 기간은 2015년 3월1일부터다. 각 학교에 평가지표가 공문으로 전달된 시점은 지난해 12월27일이다. 평가지표를 알 수 없어 평가를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게 자사고 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4년 평가와 지표가 유사해 학교가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세화고 김재윤 교장은 "지난 5년을 평가하는 지표가 바로 작년에 제시돼 이 지표로 그 이전 내용을 평가하다보니 평가 절차가 부적절했다"며 "이제와 갑자기 채울 수 없는 걸 내놓으니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은 국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법률불소급 원칙을 내세워 2018년에 통보된 기준으로 과거를 평가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이번 재지정 평가를 전면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평가와 달리 이번 청문을 통해선 지정취소가 유예되는 학교가 없다. 올해는 교육부가 청문 과정에서 취소 유예를 하지 말라는 권고안을 일선 교육청에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평가에서는 청문을 통해 숭문고와 신일고가 취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자사고들이 예정된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절차적 정당성을 줄기차게 제기한 것은 청문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로 판단된다.
각 학교들이 청문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면 이 청문 기록이 교육부에 전달된다. 교육부는 각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요청에 동의권을 갖고 있다. 교육부가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삼아 교육청의 지정 취소 요청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사고는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날 청문에 참여한 한 자사고 교장은 "절차적으로 부적절하니 교육부가 교육청의 지정 취소 동의를 거절하라는 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라며 "모든 학교들이 이번 평가의 경우 절차적 측면에서 부적절하게 진행됐다고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동의했을 경우 법적 소송까지 대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전경원 소장은 "법원으로 넘어갔을 때 이번 평가가 자사고 폐지에 방향을 두고 결론을 낸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 위한 의도로 봐야 한다"며 "법적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청문 이틀째인 23일에도 자사고들은 평가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집중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청문 대상은 숭문고와 신일고, 이대부고 순으로 진행된다. 숭문고와 신일고는 2014년 평가에서 탈락했으나 청문 과정에서 지정취소 유예를 받은 학교들이다. 숭문고는 서울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자학연) 전수아 회장이 학부모로 있는 학교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