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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합격자 찬반 두고…숙명여대는 '대자보 전쟁중'

등록 2020.02.05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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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게시판에 대자보 10여 장

환영한다는 측과 반대 주장 뒤엉켜

입학 환영 '당신, 존재 자체로 가치'

"트랜스젠더는 여성, 대법도 인정"

반대 측은 '숙명은 여성 공간이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여성 아니다"

 [서울=뉴시스]이기상 기자 = 5일 오후 찾은 숙명여대 명신관 앞 게시판에 다양한 주장을 펼치는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2020.02.05.  wakeup@newsis.com

[서울=뉴시스]이기상 기자 = 5일 오후 찾은 숙명여대 명신관 앞 게시판에 다양한 주장을 펼치는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2020.02.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 여성이 합격 사실을 밝히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우리는 그의 노력과 용기에 여지없이 박수를 보낸다."
 
"숙명여대는 숙명에 입학한 여성들의 공간이다. 남성으로 태어나 몇십 년간 남성 권력을 누렸던 트랜스젠더에게 여성들의 공간에 들어올 자격이 어디에 있는가."
 
5일 오후 찾은 숙명여대 명신관 앞 게시판. 2020학년도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A(22)씨에 대한 찬성과 반대 주장을 펼치는 대자보 10여장이 뒤엉켜 '대자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숙명여대에 다니는 나모씨는 '당신은 존재 자체로 가치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대자보를 통해 A씨 입학을 환영하고 있었다. 나씨는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을 서두에 제시하며 A씨 입학을 지지했다.
 
나씨는 "우리 대법원은 지난 2006년 6월 트랜스젠더의 법정 성별정정을 허가했다"며 "그 근거는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행복추구권"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 누구도 A씨 스스로의 판단과 법원의 성별정정 허가를 부정할 수 없다. A씨의 입학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나씨는 반대 입장을 가진 학생들을 향해 "교내 인권 동아리, 성소수자 지지모임 그리고 기타 교외 인권단체들이 트랜스 여성 새내기를 환영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을 '소수의 선동'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적었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31일, 성전환(남→여) 수술 이후 숙명여대에 최종합격한 트랜스젠더 A(22)씨가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A씨의 손을 비춘 이 영상이 나간 이후, A씨의 입학을 막기 위한 카카오톡(카톡) 단체 대화방을 만든 숙명여대 학생들은 A씨가 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손등과 손목 등이 나온 사진 인증을 받고 통과한 학생들만 해당 대화방에 초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9.02.03. (사진 = 방송사 인터뷰 영상 갈무리)

[서울=뉴시스] 지난달 31일, 성전환(남→여) 수술 이후 숙명여대에 최종합격한 트랜스젠더 A(22)씨가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A씨의 손을 비춘 이 영상이 나간 이후, A씨의 입학을 막기 위한 카카오톡(카톡) 단체 대화방을 만든 숙명여대 학생들은 A씨가 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손등과 손목 등이 나온 사진 인증을 받고 통과한 학생들만 해당 대화방에 초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9.02.03. (사진 = 방송사 인터뷰 영상 갈무리)

반면 스스로를 래디컬 페미니스트이자 레즈비언으로 소개한 18학번 학생 '숙명인(필명)'은 '숙명은 여성의 공간이다'라는 대자보를 게시하고 A씨 입학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폈다.
 
숙명인은 "숙명여대는 약자인 여성이 오롯이 인간으로서 발언하고 공부하고 대표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우리는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의 공간을 보전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생물학적 남성인 MTF(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트랜스젠더는 여성이 아니다"라며 "그들이 여성으로 인정받을 권리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당당하게 발언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숙명여대 공익인권학술동아리 '가치'는 이런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무엇이 혐오를 정당화하는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재했다. 가치 측은 "A씨는 여성으로 정체화한 트랜스 '여성'이며,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입학할 수 없다는 주장은 트랜스젠더 혐오"라고 반박했다.
 
이어 "'생물학적 여성'만이 '진정한 여성'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성기중심적인 생각"이라면서 "이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기존의 여성혐오적 시각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치 측은 해당 대자보에 '차이와 배제를 넘어 다양한 평등을 외친다'라는 부제를 달고 "대학이 어떠한 존재도 배제하지 않는 배움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런 의견에 다시 반박하는 대자보도 게시됐다.

'그대들의 '같이'에 우리는 포함되어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숙명여대 래디컬 페미니스트 소모임 PIEATER'S가 붙인 대자보에는 "당신들은 늘 트랜스젠더인 남성들을 포용하지 않는 우리를 트랜스젠더 혐오자, '여성' 혐오자라고 부른다"며, "그러나 아직도 가장 약자인 생물학적 여성의 고통과 공포, 두려움에는 공감하지 않으면서 생물학적 남성인 트랜스젠더의 감정에만 공감하는 당신들이야말로 여성혐오자"라고 적었다.
 
이처럼 학내 게시판에 다양한 주장을 펼치는 대자보가 나붙고 있는 가운데, 다소 과격한 단어 등을 사용한 대자보에 대해서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떼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A씨는 최근 숙명여대 2020학년도 신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한 것으로 뉴시스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숙명여대 내부와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사회적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숙명여대·덕성여대·동덕여대·서울여대·성신여대·이화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등 23개 단체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A씨의 합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반면 숙명여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 이화여대 성소수자 인권운동 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등은 성명을 내고 A씨 입학에 대한 공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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