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진압 최전선에서 일하는 '역학조사관' A부터 Z까지
의심환자 누적 5046명…전국 130명 역학조사관 뛰어
카드사용내역·CCTV·휴대전화사용내역 등 조회 추적
"지방 역학조사관 인력 아직 부족…과감한 투자 필요"
[서울=뉴시스]중앙방역대책본부 박영준 역학조사·환자관리팀 2팀장이 12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조사 방식에 관한 정책설명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2.12. (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
지난달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지 12일로 24일째.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동안 확진자는 28명이 나왔고, 국내 누적 의심환자는 총 5046명이다.
코로나19부터는 감염병 역학조사에 휴대전화나 카드 사용내역, 폐쇄회로(CC)TV를 조회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됐다. 이에 따라 확진자 관련 마트나 백화점, 영화관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코로나19 접촉자로 분류됐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역학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박영준 역학조사·환자관리팀 2팀장은 이날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정책설명회를 열고 "역학조사 정의는 '추가환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에서 하는 종합적인 활동'"이라고 말했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추가환자 발생을 막고 감염원인을 차단하는 '감염병 소방수'로 불린다. 현장에 직접 투입돼 발로 뛰고 감염자를 조사하며 추적하는 일을 한다.
박 팀장은 예방의학 전문의 출신으로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역시 역학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감염병 확진자가 발생하면 추가전파를 막기 위해 감염경로와 전파경로를 신속하게 파악해야 한다. 확진자가 거쳐갔던 현장마다 기초적인 역학조사를 한 뒤 세부적인 사항은 심층조사를 거친다. 노출원과 감염원이 파악됐다면 1순위로 감염원을 차단한다. 이미 전파가 이뤄졌다면 접촉자를 특정해 증상 유무를 확인한 뒤 자가격리, 모니터링,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역학조사는 증상이 발생한 시점을 정확히 잡아내는 데서 시작한다. 증상이 발생한 이후부터 감염병도 전파되기 때문에 정확한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역학조사관은 확진자와 면담하며 구체적인 증상 발생 시점과 이동경로를 청취하고 기초역학조사 자료를 준비한다. 그러나 확진자가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상당하다.
이 경우에는 확진자의 휴대전화 사용내역과 의료기관 방문 의무기록, 카드사용내역, CCTV 등을 활용해 보완해야 한다. 주요 이동경로는 출동조사반 구성, 현장 조사, 현장팀 지자체 보건소 시청팀 등 사전 준비사항을 지시한 뒤 현장에 나간다. 많게는 10명 적게는 5명 수준이다.
이번 코로나19에서 감염원은 중국 우한, 즉 해외에 있었다. 우한 교민 700여 명은 전세기를 타고 국내에 온 뒤 별도시설에 격리한 것 역시 감염원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후베이성을 방문했다가 국내 입국한 이들이 2차, 3차 감염을 일으켰을 때에는 더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역학조사관들은 이들이 대형마트나 백화점, 영화관 등 주요 경로를 진술과 개인정보 조회 등을 통해 파악했다.
박 팀장은 "환자가 불러주는대로 받아적어 조사하면 허점이 생길 수 있다"며 "일상생활 중 어떤 동선이나 행동을 했을지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과 추론을 통해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노하우"라고 밝혔다.
직접 확진자가 호텔이나 마트 등을 방문하며 사용했을 교통수단이나 엘레베이터 사용 등 감염병이 전파될 수 있는 이동경로를 시뮬레이션 하듯 파악해야 한다. 확진자 본인이 특정일에 증상이 발생했다고 발언했더라도 그 전날에 병원이나 약국을 찾았다면 증상이 이미 하루 전 발생했는지 추론하고 확인한다. 그러면 추려내야 할 접촉자 대상이 더 많아진다.
개인정보를 조회하더라도 정확한 조사와 확인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확진자가 여러 장의 카드 중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 불분명할 수도, 다른 사람 것을 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이번 신종 코로나 조사에서도 그런 경우가 간간히 있었다"며 "진술 바탕으로 윤곽을 그리고 카드사용내역 등으로 다시 보는 것 등 재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확성 기해야 해서 시간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6시간 이내 사전조치가 이뤄진 후에도 현장에서 상황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식을 정한다. 초기 방역망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면 관리를 원활하게 될 수 있고 중앙본부가 인계한다. 그 때까지는 쉴새없이 그런 조사와 평가, 계획 수립 등이 맞물려 돌아간다.
코로나19의 경우 1급 감염병인데다 변이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더 큰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최근 28번째 환자가 잠복기인 14일 이후 확진을 받은 점, 중국이 아닌 태국이나 싱가포르 등 제3국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점도 그 중 하나다.
박 팀장은 "당일이나 다음날 이전에 정확한 사항이 조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압박감이 적지 않다"며 "신종 코로나는 접수 받고 신속히 출동하고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과학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사례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는 확진자의 중요한 동선을 밝혀야 한다. 이에 따라 확진자와 접촉자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동선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역학조사관은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 공공성과 사생활 보호 중 어떤 것을 우선해야 하는지 말이다.
대중이 공개하기를 요구하는 수준에 근접하는 사례에 있는 경우도 많아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역학조사관 판단을 따라야 한다. 즉각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매번 직면하는 것이다. 확진자나 접촉자의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도 부단한 설득이 필요하다.
박 팀장은 "역학조사를 거부하면 자가격리를 거부할 때와 마찬가지로 벌칙조항이 있어 사전 고지한다"면서도 "어디까지나 협조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고려해줄 것을 강조해 유도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진행 중이지만 코로나19 역학조사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충분히 방역하려면 보완이 필요한 상태다.
박 팀장은 "신종 코로나 확진자 의료진이나 장기간 치료했던 의료진, 접촉기간이 상당했을 가족·친지에 대해서는 보다 보완이 필요하다"며 "임상 전문가들과 함께 상의하고, 격리 해제 전에 어떤 절차 방식으로 할 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전국에 34명이던 역학조사관은 현재 13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방은 특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지방은 1명만 배치돼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박 팀장은 "역학조사는 얼마나 조직적이고 신속하게 조사 이뤄져야 하고 대응팀이 협업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며 "팀플레이가 발현돼 지속될 수 있도록 지방정부에서 더 과감한 투자와 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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