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푼' 국민연금, `법률 리스크' CEO 반대 본격화
조용병·손태승·조현준 사내이사 선임안 반대표
적극적 의결권 행사에 기업들 반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19일 제7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수탁위는 이날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효성, 만도, 한라홀딩스의 주주총회 안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수탁위는 조용병 회장의 신한금융지주 사내이사 선임안과 손태승 회장의 우리금융지주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이들이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조현준 효성 회장 선임안은 기업가치 훼손 이력,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시의무 소홀, 과도한 겸임으로 반대 의결권이 결정됐다.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 선임안도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시의무가 소홀했고 과도한 겸임으로 인해 반대하기로 했다.
조용병 회장은 1심 법원에서 신한은행 신입사원 부정 채용에 관여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손태승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가 확정됐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해 12월 그룹 차원에서 총수 일가 소유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적극적 주주권 행사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5%룰을 완화해 의결권 행사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은 국민연금이 5%룰 개정에 따라 '일반투자'로 변경된 상장사다.
한 연기금 전문가는 "가이드라인이나 5%룰 완화 등으로 의결권 행사를 하는 가이드라인이 더욱 명확해졌다"며 "더욱이 법률 리스크가 명확한 CEO는 의결권 행사를 더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주주활동의 강도에 따라 경영권과 무관한 경우 주식 등의 대량보고·공시의무가 차등화됐다.
특히 배당과 관련된 주주활동이나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른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회사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상법상 권한인 해임청구권 행사 등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의 활동의 범위에서 제외됐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 중 '중점관리사안'으로 ▲지나치게 낮은 기업의 배당정책 ▲지나치게 높은 임원 보수 ▲횡령·배임·부당지원·경영진 사익편취 등 법령 위반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사안 ▲지속해서 반대의결권 행사 사안 등으로 구체화했다.
이 가운데 법령 위반과 관련, 국민연금은 1, 2심을 거쳐 3심인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업가치나 주주권익이 훼손됐다고 판단할 경우 적극적 주주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으로 명확히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2월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이 어떤 법률을 위반했을 때 대개는 3심까지 가서 확정돼야 법률적조치 취하게 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는 재판에서 확정되냐 안되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재판이 2심이냐, 3심이냐는 관심사항도 아니고 고려할 사항도 아니다. 어떤 단계든 불법 우려가 있을 때 주주로서 행사해야 한다고 (기금위에서) 논의됐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연금 수탁위도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정해지면서 의결권 행사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기금 전문가는 "수탁위란 조직은 정해진 룰대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집단인데 룰이 바뀌게 되니 더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물론 재계나 노동계 등 자신을 추천한 집단과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렵지만 각자의 평판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법률 리스크가 있는 이사의 연임에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기업들은 '연금사회주의'를 우려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법률 리스크를 1심으로 판단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과도한 겸임도 기업의 책임경영 정신에 반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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