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종 문화소통]한글이 나아가야 할 방향, 그것은 ‘정음’
박대종의 ‘문화소통’
[서울=뉴시스] 세종대왕이 창제한 28자 훈민정음 체계에서 쌍초성 전탁 ‘ㄲㄸㅃㅉㅆㆅ’은 전청 ‘ㄱㄷㅂㅈㅅㅎ’의 긴소리였다. ㆅ은 된소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세종대왕께서 직접 지은 명칭은 ‘조선글’이 아니라 ‘훈민정음(訓民正音)’이다. 그래서 통일국가에선 ‘조선글’ 보다는 본래의 ‘훈민정음’ 명칭이 더 사람들 마음을 끌 것이다.
‘훈민정음’이란 명칭에는 ‘訓(가르칠 훈)’과 ‘民(백성 민)’자가 들어 있다. ‘훈민정음’은 조선왕의 입장에서 ‘백성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란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민주주의 시대라, 사람들의 의식에 변화가 일어나 ‘훈민’이란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 나는 하층민이라는 신분적 차별을 느끼게 하는 ‘훈민’이라는 말이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일국가에선 ‘훈민정음’에서 ‘훈민’을 뺀 ‘정음’을 한글의 통일 명칭으로 쓰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쓴 역사적 선례도 많을 뿐만 아니라, ‘한글’의 형태가 方正(방정)하기 때문에 ‘正’이란 명칭이 합당하고, 또 무엇보다 창제자의 뜻을 계승하는 명칭이기 때문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에서 인정하지 않는 ‘두음법칙’이 심각하게 재고될 것이다. 현행 한글맞춤법 제5절에 따르면, ‘紐(끈 뉴)’자가 ‘紐帶’처럼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엔 ‘뉴대’가 아닌 ‘유대’로 적는다고 한다. ‘법칙’이기 때문에 ‘뉴대’로 적어선 안되고 반드시 ‘유대’로 적어야 한다. 그런 법칙이 생기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뉴대’라고 발음하기 어려워서란다.
그러나 그 말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뉴스(news)’라는 발음을 아주 매끄럽게 잘 한다. 두음법칙은 한자의 우리말 정음을 변형시켜, 고유한 성, 예컨대 ‘柳(류)’씨를 ‘유’씨로 바꿔버려 남한 내에서도 반대가 많은 관계로, 그때가 되면 공식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통일이 되면, 일제 조선총독부가 주시경의 오해를 받아들여 강제적으로 ‘긴소리’에서 ‘된소리’로 바꿔버린 전탁성 ‘ㄲㄸㅃㅆㅉ’과, 그로 인해 우리글 초성에서 퇴출된 ‘된시옷’과 ‘된비읍’의 ‘ㅺㅼㅳㅽㅄㅾㅶ’에 대한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 ‘ㄲ’은 ‘ㄱ’을 두 번 써서 시각적으로 ‘ㄱ’보다 두 배 더 긴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그것이 된소리라면 <사진>에서 보듯, ‘훈민정음해례’ 편 3장 뒷면의 전탁성 ‘ㆅ’ 또한 된소리여야 한다.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 말소리에서 지금도 발음되고 있는데, 정밀하고 미세한 부분이라 그 음가가 소멸된 것으로 오해받아온 ‘•(속칭 아래아), ㅿ, ㆆ’과 ‘ㆁ’ 또한 복원돼야 함은 물론이다.
최현배는 ‘한글갈’(1940)에서 세종에 대해 “갓난아기 한글(훈민정음)의 건전한 발달을 위하여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끊임없는 주도한 노력을 하셨다”고 평하였다. 또한 “학리의 방면에서 한글의 배양에 전력을 다한 이는 주시경 선생이다”라고 극찬한 뒤, 1919년부터 1938년까지 일제의 언문철자법에 조선어학회가 이바지한 시기를 한글의 융성기라 평하였다. 그러나 이전 글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주시경은 비록 열정은 가득하나 훈민정음을 잘 이해치 못한 학자였다.
고로 세종의 훈민정음은 ‘갓난아기’ 수준이고 주시경의 한글은 ‘배양된=발전된’ 것이라는 말은 더할 나위 없이 정밀하고도 완벽한 체계의 것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입장에선 당치 않은 평론이다.
지금의 24자 체계 ‘한글’이 28자 ‘훈민정음’을 계승한 문자체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글’은 ‘훈민정음’의 발전이 아니다. 한글은 훈민정음이 축소·왜곡된 것이다. 고로 왜곡된 한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훈민정음이 복원되고 발전된, ‘정음’이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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