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항체 양성률 조사 막바지…방어력·지속력 중요
항체 양성률 0.02%보다 많다면…"파악못한 환자 多"
중앙임상위 "西 참고하면 실제 확진자 10배는 많아"
항체 양성률 제각각…"표본 특징·조사 시점 등 차이"
항체 방어력·지속력 별개문제…"집단면역 희망사항"
[마드리드=AP/뉴시스] 스페인 정부는 13일(현지시간) 전국 6만명을 상대로 실시한 항체 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집단면역에 도달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 1일 마드리드의 한 가정집을 방문한 의료진이 방호복을 갖춰 입은 채 코로나19 확진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2020.5.14.
9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올해 국민건강영양조사로 수집한 잔여 혈청 1555건과 지난 5월 서울 서남권 내원 환자로부터 수집한 1500건 등 총 3055건에 대해 항체 분석을 현재 진행 중이다.
방역당국의 항체가 조사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업이다. 항체가 조사를 통해 지역사회 감염 규모와 면역력 확보 비율 등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이번 1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방역대책 수립에 활용하는 한편, 연말까지 항체검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항체 양성률 높다면…"파악 못한 무증상 환자 많다는 의미"
지난 8일 오전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누적 1만3244명이다. 이 중 해외유입 사례 1747명을 뺀 1만1497명은 국내에서 확진된 경우다. 우리나라 국내 거주자를 5000만명으로 계산했을 때 실제로 확인된 확진자 비율은 약 0.02%이다.
그러나 실제 항체 양성률이 이보다 높게 나온다면 방역당국에 발견되지 않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역사회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이번 항체조사에서 항체양성률이 1%가 나온다면 우리나라 거주자 5000만명 중 50만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대부분이 무증상 환자이거나 자신도 모르게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완치된 경우일 수 있다.
앞서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의 오명돈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증상 감염자가 파악된 확진자 수의 10배일 것이라 밝혔다. 오 위원장은 해외 23개 지역의 코로나19 항체 양성률 조사 자료를 근거로 이 같은 예측치를 내놨다.
대표적으로 스페인 정부가 지난 4월27일 국민 6만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항체 양성률은 5%로 나타났다. 스페인 전체 인구 4500만명에 이 5% 수치를 적용하면 225만명이 코로나19 확진자다. 당시 스페인에서 확인된 확진자 수는 23만여명으로, 실제 확진자는 이보다 10배 가량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당시 "(스페인 사례 등을 참고하면) 무증상 감염자가 10배 이상 많고, 일상에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소위 '깜깜이 감염', 'n차 감염'이 발생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며 "조기 진단과 접촉자 추적, 격리를 근간으로 대응한다면 확산을 완전히 막을 수 없고, '구멍 뚫린 방역'도 개선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6월2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에서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방지환(왼쪽부터)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지침 개정 및 권고사항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6.21. [email protected]
스페인의 항체형성률 외에도 지금까지 발표된 각국의 항체형성률은 0.1%에서 47%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항체 양성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지역은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지역으로, 47%에 육박한다. 이곳 주민 1만1092명을 조사해서 47%가 항체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항체조사 범위를 확대했을 때 뉴욕의 항체 양성률은 21.2%로, 뉴욕 주 전체에선 14%로 떨어진다.
독일 간겔트 15%, 프랑스 우아즈 25.9%, 영국 런던 17.5% 등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에선 지난 3월 7361명을 대상으로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항체 양성률은 2.7%에 불과했다. 집단면역을 실험한 스웨덴 스톡홀름에선 7.3%로 낮게 나타났다.
다만, 항체조사도 표본조사의 일종인 만큼 항체조사에 참여한 표본의 특징에 따라서 항체 양성률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우선 항체 형성 시기에 따라 항체 양성률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항체는 보통 인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2~3주 후에 형성된다. 대다수 환자들의 항체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항체 조사를 실시했다면 항체 양성률은 당연히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
항체조사에 이용된 표본 중에 확진자 표본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거나, 오히려 너무 적을 경우에도 항체 양성률이 잘못 나올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체조사를 언제 했느냐에 따라 항체 양성률은 다르게 나온다"며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항체 양성률을 조사한 시점이 사실 유행 초기이기 때문에 항체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확진자들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말뫼(스웨덴)=AP/뉴시스]지난 5월26일(현지시간) 스웨덴 말뫼에서 시민들이 따뜻한 저녁 날씨를 즐기며 나와 있다. 스웨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인구 10만 명당 약 38명의 사망자를 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임에도 집단 면역 대응을 옹호해 왔다. 집단 면역이 효과를 보려면 구성원 6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해야 하나 수도 스톡홀름에서 코로나19 항체 보유 비율은 전체 인구의 7.3%로 추정돼 집단 면역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스웨덴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만4440명이고 사망자는 4125명이다. 2020.05.27.
항체가 형성됐다 하더라도 항체가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지, 항체가 사람 몸 속에 얼마나 남아있을지도 관건이다. 즉 항체 고유의 방어력과 지속력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 항체의 지속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가 다수 나왔다.
앞서 중국 우한대 중난병원 왕신환 교수와 미국 텍사스대학의 과학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초기 우한 지역 내 감염자와 직접 접촉한 병원 종사자 2만3000명의 항체 생성 여부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2만3000여명 중 4분의 1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지난 4월까지 이들 가운데 항체가 형성된 사람은 단 4%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모든 확진자들은 코로나19 감염 2주 이후 항체를 형성했지만, 연구 대상자의 10% 이상이 한 달 안에 항체 보호 기능을 상실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곧 코로나19에 감염돼 항체가 몸 속에 생겼더라도 항체조사 당시엔 이 항체가 사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체가 있다는 건 이전에 감염됐거나 현재 감염된 상태를 의미한다"면서도 "항체가 보호효과를 가졌는지, 또 얼마나 지속할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코로나19 유행이 단순히 집단면역으로 단기간에 종식되기 힘들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집단면역이란 사회 내 60~70% 등 일정 비율 이상의 인구가 항체를 지니게 되면 추가 감염을 차단하고 전염병 종식이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나간 코로나19 유행이 지역사회에 집단면역을 형성했는지에 대한 물음은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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