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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대책, 공은 결국 '사회적 기구'로...택배사 참여 등 첩첩산중

등록 2020.11.12 18: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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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택배 대책 발표했지만 구체적 논의 필요

"사회적 기구 구성 논의"…택배사 참여 미지수

참여해도 분류작업 개선 등 합의 난항 예상돼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이재갑(오른쪽)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0.11.12.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이재갑(오른쪽)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0.11.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조인우 기자 = 주5일 근무와 심야배송 제한 등을 골자로 정부가 12일 발표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은 결국 노사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사안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노조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세부 논의에 착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에 '키'(Key)를 쥐고 있는 택배사들의 참여 여부는 미지수다.

이날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의 종합대책 발표에 택배노조연대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 관계부처가 택배 노동자의 과로 방지와 산업 안전에 대한 대책, 장시간 노동 해소를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발표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책에는 택배사별 여건을 고려해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고 오후 10시 이후 심야배송을 제한하며 토요일 휴무제 등 주5일 작업을 확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또 택배 노동자들이 요구하면 물량축소, 배송구역 조정 등의 조치를 통해 업무 부담을 줄이고 노사 간 이견이 큰 분류작업 문제도 의견 수렴을 거쳐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일뿐 노사 간의 세부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책위는 "이번 대책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런 만큼 사회적 협의 기구에 택배 회사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대책위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택배업계, 노조, 시민사회 등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을 요구해왔다. 특히 소극적 입장을 보여온 택배업계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정부는 노조의 요구인 사회적 기구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 협의회'(가칭)를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를 통해 주5일제 도입 등 핵심 의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김대환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예컨대 택배가격 구조나 분류작업 개선 등 추가적으로 사회적 협의 기구에서 논의할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에는 택배 사업자 및 종사자 단체, 소비자 단체, 대형 화주, 국회, 고용부·국토부·공정위 등 정부 관계부처, 전문가 등 택배 관련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서울=뉴시스] 12일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노사 협의를 통한 토요일 휴무제 도입 등을 유도하고, 직종 맞춤형 건강검진을 지원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12일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노사 협의를 통한 토요일 휴무제 도입 등을 유도하고, 직종 맞춤형 건강검진을 지원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email protected]

문제는 택배사들의 참여 여부다.

김세규 대책위 교육선전국장은 "그동안 택배 회사들에 사회적 협의 기구를 만들자고 요구해왔는데, 명확하게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택배 회사들이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아직 (협의회의) 구체적인 구성이 나오진 않았지만 저희가 업계 1위이고 적극적으로 필요성이 대두된 상황인 만큼 기구가 만들어지면 참여를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한진택배 관계자도 "택배 기사님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저희도 노력하고 있다"며 "(협의회 구성 등) 발표된 내용을 확인하고 추후에 논의가 필요하면 진행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원론적인 입장에 불과해 실제 참여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우여곡절 끝에 택배사들이 협의회에 참여한다해도 노사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한 분류작업 개선을 놓고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택배 노동자들은 '분류업무는 택배기사 업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택배사는 '분류업무는 배송업무에 포함되며 배송 수수료에 분류수당도 포함된다'고 맞서고 있다.

주5일제와 관련해서도 택배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요일 물량이 월요일로 옮겨지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우체국 택배가 주5일제를 도입했다가 철회한 사례도 있어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세규 국장은 "업체 간 경쟁 구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업체들이 결단을 못하는 것"이라며 "택배업계 전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택배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노사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김세규 국장은 "이견을 조율하고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협의 기구가 없으면 논의조차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서로 마주보고 협의하며 조금씩 양보하면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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